낙서와 독백
비극(悲劇)
미송
2016. 9. 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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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 가스렌즈 위 쫄아드는 김치찌개를 미루고, 대신 쓴커피를 연거푸 마시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지애비의 하나님 안으로 몰락한 아들은 빼고 박정희 정권 아래서 군생활을 너무 오래 했던 아버지는 빼고 맹신의 기독교 교리에 미친 엄마는 빼고
다만, 언제나 피곤한 잠에서 깬듯 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아들만 즐겨 찾는 나는 무엇을 다시 건지려나,
나는 왜 아들의 잠을 깨워 꿈을 깨트리곤 하였나.
공복을 채워야 할 시간. 깊은 바다 속 꿈틀대는 내장 속 아메바처럼 헤엄치는 시간의 노예는 허공의 담배연기만이 실체다.
만져지지 않는 것들은 느낀다 변명할 뿐, 죽지도 못하여 살지도 못하는 늙어빠진 여름매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