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사전(辭典)을 뒤적이다
미송
2016. 11. 23. 08:19
사전(辭典)을 뒤적이다 / 오정자
내가 굳이 잠들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에 이끌려 잠을 자러 가야 한다
그것은 저승사자나 천사의 목소리와도 흡사하여
홀린 척 끌려가는 그 곳은 지금 자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이브(Eve) 자리
누구도 거기에 대신 누울 순 없다
이 메타도 안 되는 키를 눕히고 오늘 밤도 생각하는 것은
따끈했던 우유와 어린 시절의 포근한 눈썹
기억을 더듬는 일도 이제 지루하다
그래서 이즈음 투정처럼 시위를 벌이는데
별안간 장대 그림자가 우뚝 선다 성성하다
감탄하고 사전을 뒤적인다 성성이 뭐지
희끗희끗한 새치머리가 나오더니
중국신화에 짐승 사람과 비슷하나 몸은 개 같고
털은 주홍이고 무엇보다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술을 좋아하는 짐승 이름이 성성이다
세상에
동음이의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이해가 된다 다
사람들 심심해서 투정부리는 것이다
아무튼지간에 성성이도 사람의 말을 다 이해한다는데
팔도 뻣뻣하고 잣대도 많은 사람들
잠 못 드는 밤이면 가지도 못할 강 이름만 동경하는 것이다
우지마라 아가야,
부르시는 아버지의 음성이 성성하시다.
20131113-2016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