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하늘의 무늬
미송
2017. 1. 20. 23:42
하늘의 무늬 / 오정자
빛의 강도를 따라 사물들이 깨어난다
거대한 잠 속에 잠 비즈 모빌이랑 색색 리스랑 인형들이 눈 안에 들어서면
아침이 경탄조로 일어난다 조도에 따라 달라지는 거울 속 얼굴
먼지와 물방울 턱수염과 돌출된 눈동자 우주 안에 가장 괴이한 현상이다
우리는
두 개 이상의 눈동자로 서로를 쳐다볼 때
아파트의 문들이 데쟈뷰로 반사될 때
뻔뻔스레 서열을 재는 망막 그러나
해치려 달려들지 않는 눈동자들은 신처럼 경이롭다
어떤 것이 모양으로 분별되는 곳이면 그 곳에는 속임수가 있다*
흔들리지 않는 선정을 위하여 꽃을 든 비로자나 지나가실 때
물결이 곧 물이듯 상처자리는 하늘의 무늬,
너는 내 안에 거대한 망막이었다.
*금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