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백업, 인욕바라밀

미송 2017. 5. 5. 00:38

 

 

 

백업, 인욕바라밀 / 오정자

 

비를 좀 맞아보자고 숲속에 들었는데 비가 곧 그쳤다 고요에 들어볼까 하여 시동을 꺼놓고

잡설만 늘어놓았다 나뭇가지에 열매들 누가 부러웠을까나 정열 넘치는 산딸기들 비웃고

있었네 자동차를 몰고서 숲을 나설 때 나는 타박타박 길 건너는 탁발승을 보았지 찬비를 맞

으며 걸어가는 젊은 탁발승 가련하여 아름다운 그 진풍경 앞으로 차머리를 돌려 배춧잎 한

장 꽂아주려 했을 때 삭발한 머리위로 물잔디가 솟았네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다 물기가 마르기 전 그를 닦았네 차가운 비 내가 다 맞았네.

 

20100730-2017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