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퇴고실
달빛감상문
미송
2017. 8. 18. 00:33
달빛감상문 / 오정자
화면으로 달빛을 옮기던 그 밤
나무가 꾸부정해 보인 건 착시현상이었습니다
나는 잠시 마음이 흔들려 고개를 창밖으로 기울였지요
콧등을 긁는 것이 손가락인가 손톱인가 자문하고 있을 때
밤이 너무도 환하여 난
문법에도 맞지 않는 감상문을 쓸까 하였지요
그리운 사람을 창가에 두고 지켜보는 일 달빛에 낡은 몸 물들이는 일
잠시일거라 속삭이며 위로하였습니다
굴속을 벗어날 때도 무수한 빗속을 달릴 때도 사라지지 않던 달빛
달빛에게 모든 공간을 점령당하고야 말았으니
퇴고하기 어려운 시처럼 덩그러니한 달의 몸,
나도 잠시 그런 풍경으로 씌여졌으면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