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포옹
에곤 실레(Egon Schiele, 1890년 - 1918년)
아침부터 뉴스 보는 습관을 멈춰야 겠다 했었는데, 습관대로 슬픈 뉴스를 보았다.
고공. 낙상. 죽음. 가족. '죽음이군요'가 '죽음이 있었군요'로 읽혀지는 아침.
땅거미가 일찍 찾아들고 대신 아침 해가 늦게 뜨는 것 같은 12월.
일기예보대로 밤새 눈이 내렸다. '하얗게 눈이 왔네' 하면서도 눈사람 만들러 뛰쳐나갈
생각일랑 없이 자기의 방으로 돌아가는 우리는..........
물 세안을 하고 스킨을 바르며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늙어가는 건 눈 아래 달린 눈물주머니가 사라지는 일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자, 아름다운 음악을 듣기 위해 커피를 타야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맹목이나 객기 그런 거 빼고 그냥 거뜬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휴일 아침의 기분.
간밤의 꿈은 기억나지 않지만, 무언가가 머릿속을 맴돌아 쫓아가면 사라지곤 하는 것이다.
롤리 아니 발리 아니 살바도르 달리, 타인의 이름을 네 것처럼 함부로 바꾸면 안 돼,
그들의 생몰 연대까지 읽고 나면 그들은 더 멀리 멀리 달아나 있을 거지만 그럴수록 바짝
다가가며 어제는 에곤 실레의 그림을 감상했다.
나는 당신의 허벅지 위에 올라앉아 당신 귓볼에 키스한다.
노골적인 표현 대신 아름다운 말을 써야지 깨물지 않고 키스.
꿈의 출발, 드림 스타트 뭐가 잘못 되었니 밤새 꿈을 잘못 꾸었니
하며 당신은 나를 강아지만큼도 껴안아 주지 않지만
질투를 하면 조금 껴안아 주는 척 하지만.
몸을 긁는다. 겹으로 덮어주거나 감싸주어야 겨우 한기를 면하는 겨울 몸은
그러나 슬프지 않다.
그것은 물방울 튕기며 세수 한 후 바라본 거울 속 얼굴이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미모가 아주 죽음이군요!'
한 가지 더, 글을 마치려는 순간 또 한 문장이 날 붙잡는다.
"늙는다는 것은 늙어 간다는 것은, 음..... 떼어내려고 애썼던 명찰들이 저절로 떨어지는 시기
누가 뭐라 불러도 좋으며 그래서, 간결해진 자신을 스스로 포옹할 수 있어 더 좋은 걸 알아가는 시절"
이렇게 좋은 문장이 떠오른 건 무언가 유혹에 끌린 듯이 타자를 치기 시작했던 손가락 덕분이다.
때맞추어 올려야 할 기도의 문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