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독백

잠자리는 무엇으로

미송 2022. 10. 23. 12:15

 

  

 

1

2월 20일 쯤 코로나19 경계경보가 시작되었다. 생활 속 거리두기가 메인화면에 뜨자 우리라는 글자가 사라졌다. 와중에, 오로지 자기 말만 옳다고 거짓말 해대는 자들. 쌩까는 자들. 가까이 가면 생채기만 내는 자들. 바이러스 보다 더 무서운 것들. 이전 이후를 떠나 자동적 거리두기는 삶의 오래된 방식이었지.

 

2

새는 날갯짓으로 물고기는 지느러미질로 이파리는 흔들림으로 꽃은 향기로 제 목소리를 낸다. 안이비설신 오감적 인간에게 목소리는 왜 필요할까. 사랑하는 왕자를 만나는 조건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 인어공주를 떠올려 본다. 목소리를 잃는다는 것, 비극이기만 할까. 목소리만으로도 소름이 돋게 하는 인간들을 타이핑으로 처리하는 나,

 

3

가치관에 따라 인간 유형과 삶의 형태가 달라진다.  늙으면 돈 밖에 믿을 게 없어, 흙수저 가족을 내다 버리고 싶어,  불행스런 말들이 피부에 와 닿는다. 얼만큼 더 살아야 유토피아를 꿈꾸지 않을 수 있을까.           

 

4

인간의 손을 탄 것들은 하나같이 오염되어 간다.  눈빛 목소리 몸짓만으로도 상대의 속내를 알아차리는 나이 든 증인은 해독제를 떠올리다, 동물들 노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동물들은 눈의 지평을 넓혀준다.  

    

5

4년 전 여름, 오에 겐자부로의 말의 정의란 책 속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이킨다' 192쪽을 페북에 옮겨 적었었다. 오전에는 여름비가 내렸고, 뉴스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을 알렸다. 타살과 자살이란 글자가 겹쳐 올라서 나는 오에 겐자부로의 문장을 뒤적거렸다.

 

 

20200712-202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