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mer en silence (말없이 서로 사랑하기를)
Dans la nuit qui s'avance
Etrange émotion,
J'entend tout ce que tu penses,
Malgré moi sans raison
(점점) 깊어가는 밤에
낯설은 느낌
네가 생각하는게 다 들려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이유도 없이.
Du regard on s'effleure
On oublie les pleurs
Nos deux corps qui chavirent,
Brûlent de désir
스치는 시선에
(우리는) 눈물을 잊네
동요하는 우리의 몸은
열망으로 타오르고
J'aimerai pouvoir arrêter le temps,
Saisir la magie d'un instant
Et m'abandonner sans un mot,
Contre ta peau
순간의 마법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시간을 멈출수만 있다면
그리고 (말) 한마디 필요없이, 나를
너의 품에 맡길 수 있다면
Dans la douceur de la nuit,
Etre là
Sous l'emprise de l'envie
Avec toi
밤의 부드러움 속에
(그곳에) 있을 수 있다면
갈망의 지배하에 (있을 수 있다면).
너와 함께
Redonner un sens a ma vie
Dans la douceur de la nuit,
Savourer la chance
De s'aimer en silence
(내) 삶에 의미를 다시 불어넣을 수 있다면
밤의 부드러움 속에
기회를 음미할 수 있다면
서로 말없이 사랑할 기회를
윤상
Renacimiento (1996/지구레코드)
잘 나가던 뮤지션이 군입대를 하고, 음악 활동에 공백이 생기고, 제대 이후 갈피를 못 잡고 헤매거나, 그도 아니면 인기가 떨어져 빌빌대며 고생하는 국가는 아마도 한국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물론 2차대전 때 미국의 모 뮤지션은 현역으로 참전한 뒤 제대 후에도 잘만 활동했다는 얘기가 있긴 하지만. 청춘 스타로 뭇 여성(?)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던 윤상도 한국 남자였고, 군대에 갔으며, 제대 후 폭락한 인기를 실감해야 했다. '중대한 고비'였다. 악영향을 끼쳤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전까지 감각 있는 작-편곡자로 가능성을 인정받는, 그러면서도 TV 스타로 인기를 모으는 묘한 위치에 있던 윤상에게 군대로 인한 공백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그게 인기에 연연하지 않게 된 때문인지, 보다 음악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인지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본인이 아니고서야 어찌 알겠는가)
입대 전 윤상에게 가해진 공격은 몇 가지 유형이 있었다. 일본풍 멜로디를 놓고 불거진 표절 의혹과, TV에서 이미지를 팔아먹고 방송 활동에 열심인 이상한 뮤지션이라는 평가였다. 방송 활동이야 음악만 잘 한다면야 문제될 게 없는 것이고(문제될 때도 있지만), 게다가 전자악기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소닉 아키텍처로서 윤상의 재능은 기본 전제와 같은 것이었으니 남은 문제는 '일본풍'에 대한 윤상의 대답일 것이다. 그런데 본작 [Renacimiento]는 윤상의 음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보여주는 리트머스 용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 음악 시비에 대한 윤상의 우회적 대답이기도 했다.
윤상은 이 음반을 통해 자신의 음악이 일본음악 베끼기가 아닌, 라틴 음악에 기초를 두고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그를 위해 윤상은 이탈리아, 프랑스 가수들이 자신의 히트곡들을 부르게 하는 '충격 요법'을 동원했다. 이탈리아 깐초네나 샹송을 한국 가수가 번안해 부르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가요를 그쪽 가수들이 번안해 부른다? 센세이션을 위한 '수작'일까. 아니, 이것은 윤상의 '항변'이다. 자신의 마이너 음계는 라틴에서 영향받은 것인데 일본 팝을 들먹이는 것에 대한 자기 변호이다.
번안한 곡들은 한결같이 세간에서 표절 운운하던 히트곡들이다. <가려진 시간 사이로>, <한걸음 더>, <이별의 그늘>과 같은 불멸의, 혹은 불세출의 인기 가요를 '일부러' 일본 팝 스타일로 재구성한 뒤 이탈리아 가수에게 부르게 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일본 음악 표절 혐의를 받던 히트곡을 라틴 가수가 부르게 하고, 편곡은 오히려 일본 음악에 가깝게 만들고, 가사는 이탈리아어로 번안하는 전략이다. 그야말로 치열한 자기 변호가 아닌가? 그런데 이 음반 발매 당시, 과연 몇 명이나 윤상의 항변에 귀를 기울였던가. 당시 본작이 받은 평가는 '한물 간' 가수가 외국 가수를 초청하는 깜짝쇼로 인기를 만회하려고 한 음반, 그것도 아니면 '음악적 소재의 고갈'이라는 악평이었다. 깜짝쇼인지 음악 소스의 고갈인지는 들어보면 답이 나온다.
<가려진 시간 사이로>와 <이별의 그늘>을 각각 번안한 <Domani Plove>, <I Glorni Della Musica>는 이탈리아 보컬리스트 엔리꼬 루저리(Enrico Ruggeri)가 칸초네 특유의 절창으로 소화한 곡이다. 공허하게 울리는 윤상의 목소리와는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S'aimer En Silence>는 쇼헤이 나라베(Shohei Narabe)가 Synth String을 적절히 활용해 형성한 음울한 텍스처 위에 여가수 세실(Cecile)이 강수지과(윤상이 좋아하는 여성 보컬 스타일)의 고운 음색으로 불렀다. Cecile의 맑은 목소리는 이후 등장하는 <Avec Toi>와 <Tant Qu'elle Est La...>에서도 만나게 된다. (각각 <한걸음 더>와 <너에게>를 번안한 곡이다) 이중 <Tant Qu'elle Est La...>는 원곡인 <너에게> 자체가 살사(Salsa)의 요소를 도입한, 가장 라틴 음악에 근접한 히트곡이었음에도 굳이 가벼운 J-pop으로 재구성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외국 가수들이 부른 곡을 정리하면, 히트곡의 익숙한 멜로디가 다른 언어로 불리워지며 생기는 '화학적 반응'에 한 대 얻어맞고, 윤상 음악에 대한 혐의가 지워지면서 한 방을 더 얻어맞는다. 문제는, 필자처럼 한참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란 점이다.
윤상이 직접 부른 두 곡은 전형적인 윤상의 특기가 고스란히 담긴 노래들이다. 업템포에 변화무쌍한 곡의 전개가 인상적인 <벽>은 Cecile의 프랑스어 보컬과 윤상의 보컬이 교차하면서 '소통의 불가능'을 노래한다. 자세히 귀를 기울이면, 세실이 부르는 파트에는 아코디언이 동원되어 이국적 무드를 조성하는 반면, 윤상이 부르는 후렴에서는 통통 튀어오를 듯한 프로그래밍 리듬이 대조를 이룸을 알 수 있다. 음반의 마지막에 수록된 <배반>에서는 신서사이저 이펙트가 둥둥 떠다니는 환영 위에 지극히 윤상다운 보컬, 그리고 간주의 아련한 플룻 소리가 멋지게 대미를 장식한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재능만은 그대로 간직했음을 입증이라도 하는 듯 하다.
결국 이 음반을 기점으로 윤상은 본격적으로 월드뮤직의 가요적 수용에 뛰어들게 된다. 그리고 [Renacimiento]는 본래부터 자신의 음악에 월드뮤직이 영향을 끼쳤음을 증명하려는 윤상의 '재생의 메세지'인 것이다. (Renacimiento는 '르네상스'를 의미한다. 르네상스는 '재생', '부활'을 의미하고) 물론 그 메세지는 '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그런데 당시에 이 음반을 두고 아무 말도 없었던 사람들이 지금의 윤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는 몹시 궁금한 부분이다. 혹시 '많이 컸군, 내가 비판했던 덕분이지'하고 그냥 웃어 넘기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이 음반 갖고 '월드뮤직의 착취'라고 했던 모 저널리스트는 또 뭔가. 착취는 선진국이 후진국에 한다는 게 상식인데, '음악 후진국'측에서도 누군가를 착취할 수 있단 말인가. 윤상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을 회고해 보기만 해도 이처럼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깨닫게 되니. 대중에 대한 '배반'이자 음악계 발전의 '벽' 같은 존재들이다.
* 바이오그라피 :
충암고 재학 시절 박창학 등과 함께 '페이퍼 모드'를 결성해 활동하던 윤상은 경희대 재학 중 김완선의 백밴드 '실루엣'의 베이시스트로 음악계에 발을 내딛는다. 김현식의 '한여름밤의 꿈'으로 작곡가 활동을 시작했으며,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와 강수지의 '흩어진 나날들'과 같은 히트 가요를 통해 한국 발라드를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본인의 독집에서는 '이별의 그늘', '가려진 시간 사이로', '이별없던 세상', '한걸음 더', '너에게' 등을 히트시켰다. 윤상의 음악은 베이시스트다운 리듬감과 고급스러운 멜로디, 박창학의 시적 서정이 가득한 노랫말, 정교한 신서사이저 활용으로 특징을 이룬다.
또한 작곡가 겸 가수로서는 이채롭게도 각종 방송과 쇼 프로그램을 통해 비디오형 가수로도 인기를 얻었다. 무성한 소문 속에 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발표한 [Renacimiento], [Insensible] 등이 음악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참패하는 불운을 맛보기도 했다. 신해철과 함께한 'No Dance'에서도 일렉트로니카의 짜임새 있는 음악을 선보였지만 대중적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이후 발표한 3집 음반 'Cliche'가 마침 불어닥친 월드 뮤직 열풍과 더불어 소폭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박효신의 2집 음반을 프로듀싱해 성공으로 이끌며 제 2의 전성기를 열어가는 중이다. 근래 라디오 DJ 활동을 통해 '월드뮤직의 전도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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