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124

Aphorism

행동이 없으면 사상은 숙성하여 진리가 되지 못한다. -『자연론』 에머슨 대담한 어떤 일을 수행하는 자는 자신이 이미 그것을 완수했다고 생각해야 하고, 마치 과거처럼 절대로 바꿔놓을 수 없는 미래를 자신에게 강요해야 한다. -『픽션들』 보르헤스 네가 아는 것을 모두 말하지 말라.  -『백살의 노파』 도스토예프스키 세상에는 두 가지 견해가 있더군요. 하나는 말없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라는 거고, 또 하나는 말없는 사람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는 거죠. 나는 후자가 옳다고 생각해요. -『에덴의 동쪽』 존 스테인벡 (1962년 노벨문학상) 건강한 팔을 잘라 낼 때의 아픔은 병든 팔을 잘라 낼 때의 고통보다 더욱 깊은 법이다. - 발자크 사람을 분류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어리석은 자와 영리한 자로 나누는 게 아니..

좋은 문장 2025.03.05

한강<작별하지 않는다>

33쪽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선택들을 척척 저지르고는 최선을 다해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이들. 그래서 나중에는 어떤 행로를 밟아간다 해도 더이상 주변에서 놀라게 되지 않는 사람들.   105쪽접시에 김치를 덜어 식탁에 올려놓은 인선의 얼굴이 서울에서 보다 평온해져 있다고 나는 그때 생각했다.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어쩌면 당사자도 그것들을 정확히 분리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91쪽하지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지옥에서 살아난 뒤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

좋은 문장 2025.02.05

최승호<아메바>중에서

제 머리를 끊어 구르는 두개골로 축구를 하며 나는 이제 죽음에서 해방되었노라고 외치면서 머리없이 광장을 가로지르는 광인을 상상해보셨는지 13-1머리 없는 광인 하나가 제 두개골을 옆구리에 끼고 광장을 가로지를 때 머리 없는 광인 둘은 두개골을 가슴에 안고 벤치에서 노래를 하고 머리 없는 광인 셋이 두개골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할 때 머리 없는 광인 넷은 서로 두개골이 바뀌었다고 멱살을 잡고 싸운다네 13-2광장이 불길한 이유; 광장에는 다양한 유령들이 아니라 획일화된 유령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소리로 울부짖는다 13-3머리없이 뛰어다니는 축구선수는 없다 축구선수도 머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거대한 증발접시 안에서 속이 타는 물방울 같은 존재들인지 모른다 우리가 바람이 되어 다시 만날 때 서로 얼굴을 알..

좋은 문장 2024.12.18

한강을 읽다

화장끼 전혀 없는 얼굴. 석 달 열흘쯤 잠과 거의 친교가 없었나 싶은 피부톤. 울음을 쏟아놓을 것 같은 눈. 어느 신문에선가 그녀의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이제 막 대학원을 졸업했을까 싶은 앳된 이미지를 남겨두었다.  어제 2005년 이상 문학상 대상작인 그녀의 장편소설 몽고반점을 우연히 접하게 된 건, 선물이란 이름의 독서강요에 의함이었다.“쳇, 몽고반점이 어디에 붙어있는 점이야 ” 첫 장을 열며 사뭇 슬픔끼 그득한 눈빛을 나는 직시하였다. 작년에 인기를 얻었던 TV 드라마 눈사람>의 시나리오처럼 몽고반점에도 처제와 형부가 등장했다. 사진작가 내지 행위 예술가인 한 남자의 프리즘으로 보는 원초적 성(性)에 대한 표현들이 섬세하고도 정밀했다.성실하여 나무랄데 없는 아내와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중년 남자..

좋은 문장 202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