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작가들 118

정민아

봄이다 / 정민아 나약한 우리는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병든 마음들은 어떤 노래를 부르라 할까느껴지는 오늘은 겨울사실 지금은 봄살아가는 지금이 겨울 같아도사실 지금은 봄이라네느껴지는 오늘은 겨울사실 지금은 봄살아가는 지금이 겨울 같아도사실 지금은 봄이라네지금이 언제라도 지금이 봄지금이 언제라도 지금이 봄    2년 전 메모장에서 봄을 기다렸던 흔적, 날리는 저 진눈깨비가 겨울눈(雪)인가 봄눈인가 하던 의혹의 흔적을 읽었다. 어느 해인가엔 4월에도 눈발이 날렸는데 그럴 때에도 사람들은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민아의 작품으로는 처음 접했던 곡을 리플레이 해본다. 순간순간 삶의 고통 속에서 봄 찾기. 주제에 대한 작가의 설명도 명쾌했던 기억.  정민아는 2001년 한양대 국악과를 졸업했다.국립국악고 시절..

시인과 작가들 2025.04.01

예수와 극단(極端)

예수와 極端 외 6편을 쓰고나서박 남 철1. 예수와 極端예수의 정신은 한 사람에게 독점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제 김수영에게서도 예수의 정신을 본다. 예수의 정신은 극단이다. 극단을 잃어버릴 때 언제든지 예수의 정신은 떠난다. 나는 언제까지나 이 극단의 정신을 사랑하고 싶다. 그러나 또 한편 생각해보면 그건 내 능력 밖의 일이다. 허욕이다. 자신을 예수라고 생각하는 일, 이것처럼 무서운 일은 없다. 우리는 다만 전할 뿐이다. 그 소리를 전달할 뿐이다. 2. 술과 피 나는 술과 피를 너무 마시고 너무 흘렸다. 생각해보면 그것들은 모두 1차적인 물과 불의 결합들이었다. 산문은 풀이(흐름)이고 시는 맺힘(막힘)이다. 이제 나는 2차적인 물과 불의 결합도 미완성했다. 이제 내가 미완성해야 될 목표는 물론 문학..

시인과 작가들 2025.01.23

황학주

1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나 한 여자의 머리통을 붓이 털어 주었다 파리를 쫓는 두 살 박이 손바닥이 천천히 쓸어갔다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나 맨 앞에서 밤을 맞던 그 춥고 어두워지던 마음에 대해 백색전구 같은 얼굴들이 뒤늦게 웅성거리던 홀로 맞은 이브의 죽음에 대해 대체 들려줄 말 같은 건 없나 자카란타 보랏빛 꽃잎의 비린 피막을 열고 뒷걸음질하는 깊은 어둠에 대해 아담, 뱀의 억울함 혹은 에이즈의 억울함에 대해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여자는 이제 체중이 나가지 않아 모래 위에 얹어둬도 골반뼈가 묻히지 않는다 야훼의 검은 언덕, 기억을 놓아버린 새와 꽃들이 눈곱 낀 두 살 박이를 떼어놓고 있다 스무 살 여자가 잠에서 나오면 사람을 지었으나 사람을 잃어버린 쓸쓸한 손이 빈 사막을 건널 것이다 100마일 ..

시인과 작가들 2023.12.23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시인과 작가들 202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