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의 기억 / 오정자새의 부리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길 가르쳐 주는 양철손가락 바람의 외출을 너그럽게 대변해 주던 화살표 끝없는 움직임은 한 곳으로 정지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미세한 바람에도 반동(反動)했던 회심의 내 이력에는 자력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던 정지 속 탐색을 천형이라 부르고 있다 고독한 회전의 운명을 사랑이라 말하고 있다 시작노트>미세한 바람의 움직임에도 자기 몸을 떨어야 하는 풍향계는 움직임을 그 생명으로 한다. 움직임에 예민한 촉수를 가졌지만 자력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 하반신 불구. 타자의 길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정작 자신은 한걸음도 이동할 수 없는 풍향계의 존재론적 비애. 감상>삶이 깊어지면, 천형(天刑) 같은 그의 문학도 그 삶을 따라서 깊어진다던데...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