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자 <죽지않는 꽃> 죽지않는 꽃 / 오정자 여덟 살 조막손 잡고 교문에 들어서던 엄마도 여덟 살이었다 만국기 펄럭이는 하늘 아래 호루라기 소리에 놀라 정신없이 뛰다가 퍼억 엎어져 작은 무릎이 깨졌을 때 엄마는 딸기밭 고랑처럼 붉은 물을 흘렸다 툭하면 앓던 앙바틈한 계집애 억척스레 엎고 조퇴라도 .. 음유시인 2017.08.06
이병률 <찬란> 찬란 / 이병률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 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하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 음유시인 2014.09.05
유하 <농담> 농 담 / 유 하 그대 내 농담에 까르르 웃다 그만 차를 엎질렀군요 미안해 하지 말아요 지나온 내 인생은 거의 농담에 가까웠지만 여태껏 아무것도 엎지르지 못한 인생이었지만 이 순간, 그대 재스민 향기같은 웃음에 내 마음 온통 그대쪽으로 엎질러졌으니까요 고백하건데 이건 진실이에.. 음유시인 2014.07.31
이성복 <입술> 입술 / 이성복 우리가 헤어진 지 오랜 후에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잊지 않겠지요 오랜 세월 귀먹고 눈멀어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알아보겠지요 입술은 그리워하기에 벌어져 있습니다 그리움이 끝날 때까지 닫히지 않습니다 내 그리움이 크면 당신의 입술이 열리고 당신의 그리.. 음유시인 201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