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는 유리창을 닦자 누군가의 말이 기억난 듯이 오늘도 아파트 난간에는 아침이불들과 몇 주 전 난간 아래로 몸 던진 노파의 아프고 아팠던 다리가 보이네 허술하게 닦인 유리창으로 뿌옇게 비치는 얼룩들 지워지지 않을 그림들과 걸었네 그것은 바로 어젯밤의 일 언젠가도 거닐었을 거리의 같은 간판들과 눈에 익은 소품들 다가와 나의 체온을 빌리겠다 하였지 그리고는 이곳이 바로 천국이야 귀띔하고 떠났지 빛살들 아이처럼 살아나는 날이었네. 푸른 코트의 나날들-오정자 시를 읽으면서 자꾸 유리창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몸을 생각하게 된다. 비 오는 날 유리창을 닦는 것은 흐린 바깥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서일 텐데, 이상하게도 이 시에서는 유리창을 닦을수록 세상이 더 또렷해지는 것이 아니라 얼룩과 흔적들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