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작품을 쓸 때 영감을 얻는 방법을 소개했다.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가끔 저 밑의 어두컴컴한 무의식 세계에 다녀오곤 한다는 것이다. 안개로 가득 차 있는 그 무의식의 세계는 모든 사람의 영혼이 얽혀 있는 곳이면서 동시에 어느 누구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하루키는 소설가로서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곳에 다녀와야 하지만, 그곳에 갈 때마다 길을 잃을까 봐 너무 두렵다고 했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길을 잃으면 시간 밖의 세계에 갇혀버려 다시는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루키는 그 위험한 곳에서 소설의 자양분을 조금 건져와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어렵게 들고 온 자양분을 독자들을 배려해 현실의 물에 충분히 희석한 뒤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