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도니까 삼십대 초반.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다시 듣는 이소라의 노래가 여전히 너무 좋다. 이틀 내내 그녀의 노랠 듣는다. 믿음이란 노랠 찾다가 그녀의 4집 앨범 '꽃'에 실린 <그대와 춤을>을 들었다. 늦기전에 그대와 춤을, 그대와 춤을. 그러나 이미 늦은 것 같다. 음악성이 풍부해서일까, 감성과 끼가 충만해서일까, 그녀의 목소리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하기야 성시경의 목소리도 싯가로 따져 만만한 건 아니지만. 그래선지 둘이서 부르는 뭐였드라 그 신나는 노랜 정말 끼가 하늘을 찔렀다. 노래 잘 부르는 이들이 부럽다. 아니 그들의 시적인 가사와 춤이 소인배들의 가슴에 위로를 준다는 점이 부럽고 감사하다. 멍하니 듣고 있어도 '니 미쳤나' 할 사람이 없다. 음악이니까, 시인의 시니까. 선율에 묻혀 자신 안의 감정들과 노니는 일은 자유롭다. 하기야 자유분방함을 어떠냐고 물었을 때 그걸 탓하려는 자기의 마음을 반성했다는 남자 옆에선 그 정도 자유야 자유도 아니겠지만. 아무튼지간 나는 이소라의 징징 우는 목소리와 허스키하게 맛이 막 가려는 목소리에 빠져서 슬픔과 이별과 사랑의 유한한 시간들과 그리고 무한한 상상과 옹졸한 소유와 사랑 아닌 사랑까지를 사색하는 것이다. 감성이 넘쳐 주체할 수 없는 것은 봄이니까, 봄바람이 부니까, 거짓말도 하면서, 슬픔을 머금은 단테를 생각한다. 풀어헤치자면 몸은 연기가 되어 훨훨 하늘로 머리를 풀 지경. 음악에 턱을 다 맡기는 것이 어쩜 자유를 넘어 방종이 될수도 있다고 스스로 제동을 건다. 지그잭으로 비가 내리고 저 여자에 매료된 이들 밤잠을 설치겠다, 걱정도 하면서 그러면서 나는 그녀와 오래 논다. 아무 일도 없었듯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어루만지며 음악에 슬픔을 담근다, 아주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