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독백

아이들 이야기

미송 2011. 6. 4. 18:16

 

 

 

 

 

 

2년 전.

ymca 방과 후 아이들과 변산반도 모항이라는 갯벌에서 놀았다.

산후 휴가를 낸 PM 샘 대타로 3개월 파견근무를 했던 터라

정들자 이별인 저들과의 만남이었다.

사실 아이들 이름도 깜빡 깜박한다.

엉덩이 돌린 저 얘가 유승이던가 문승이던가.

어쨌든 아이들은 신선하다. 가까이 가면 골치 아픈 구석도 있다.

 

어제는 M 공부방 3학년 j와 떡볶이를 사먹었다.

아이들 앞에서 젤 자주 하는 인사가 밥 먹었니 언제 먹었니다.

j는 어른인 나보다 빨리 먹고 많이 먹었다.

눈치는 오히려 내가 봤다.

호주머니가 두툼했으면 음료수나 빵도 사 주고 싶었다.

나는 볼 때마다 j의 눈썹들이 멋지다고 말해 주었다.

조용하게 웃는 맑은 아이. 열 살 전까지는

성별차이가 안 느껴지네 할 정도로 연약해 뵈는 사내아이.

아이의 손을 잡고 공간으로 돌아왔다.

 

오늘 아침 밥을 먹으며 j 얘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하고 그러다 점점

목소리가 작아져 귀에 들리지 않고 그래서

어 어 하고 다시 물으니 엉거주춤한 표정을 짓고 그랬었다 고

문득, 자기 가족소개 외에는 대답만 하던 아이가 왜 그랬을까

생각했다. 오늘 학교 급식엔 무슨 반찬이 나왔니? 배추반찬

외에는 국 이름도 다른 반찬 이름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힉 웃은 후 또 침묵하길래 너 생각이 많구나 했더니

또 웃기만 했다 웃는 횟수는 많았지만

어쩐지 아이의 머릿속은 무거워 보였다.

누군가에게 덜어놔야 할 짐 아이의 어리광을

자존심이란 세계 안에 가둬두고 살고 있단 느낌,

한 사람의 부재가 아이를 서둘러 어른으로 만들어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가슴으로 덜컹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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