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ymca 방과 후 아이들과 변산반도 모항이라는 갯벌에서 놀았다.
산후 휴가를 낸 PM 샘 대타로 3개월 파견근무를 했던 터라
정들자 이별인 저들과의 만남이었다.
사실 아이들 이름도 깜빡 깜박한다.
엉덩이 돌린 저 얘가 유승이던가 문승이던가.
어쨌든 아이들은 신선하다. 가까이 가면 골치 아픈 구석도 있다.
어제는 M 공부방 3학년 j와 떡볶이를 사먹었다.
아이들 앞에서 젤 자주 하는 인사가 밥 먹었니 언제 먹었니다.
j는 어른인 나보다 빨리 먹고 많이 먹었다.
눈치는 오히려 내가 봤다.
호주머니가 두툼했으면 음료수나 빵도 사 주고 싶었다.
나는 볼 때마다 j의 눈썹들이 멋지다고 말해 주었다.
조용하게 웃는 맑은 아이. 열 살 전까지는
성별차이가 안 느껴지네 할 정도로 연약해 뵈는 사내아이.
아이의 손을 잡고 공간으로 돌아왔다.
오늘 아침 밥을 먹으며 j 얘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하고 그러다 점점
목소리가 작아져 귀에 들리지 않고 그래서
어 어 하고 다시 물으니 엉거주춤한 표정을 짓고 그랬었다 고
문득, 자기 가족소개 외에는 대답만 하던 아이가 왜 그랬을까
생각했다. 오늘 학교 급식엔 무슨 반찬이 나왔니? 배추반찬
외에는 국 이름도 다른 반찬 이름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힉 웃은 후 또 침묵하길래 너 생각이 많구나 했더니
또 웃기만 했다 웃는 횟수는 많았지만
어쩐지 아이의 머릿속은 무거워 보였다.
누군가에게 덜어놔야 할 짐 아이의 어리광을
자존심이란 세계 안에 가둬두고 살고 있단 느낌,
한 사람의 부재가 아이를 서둘러 어른으로 만들어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가슴으로 덜컹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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