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가을 길

미송 2011. 10. 23. 22:57

 

가을 길

-청풍호를 지나며

 

시월이 가면 볼 수 없을 단풍들
담아 두기로 하자 옛길로 가자
엽록소 빠져나간 불콰해진 얼굴들 서걱대는 옥수숫대의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흙빛 그
마지막 직립조차 황홀한 들녘을 지나자니
무게 있는 아름다움이란 분장 없는 세월인가
태양아래의 춤추는 것들 나뭇잎, 호수의 그림자, 하얀 물새
일체가 된다는 것은 착각이라도 좋아
나는 거울처럼 투명한 은행잎들 흔들림에
눈부시게 흔들리는데
단풍나무에 생리혈을 바르고 있는 길목
머잖아 눈발 날리겠다.

 

 

Saskia Bruin - Step Inside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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