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의 기쁨

쟈크 데리다의 산종(dissemination)

미송 2011. 12. 6. 18:18

 

 

 

 

[질문]쟈크 데리다의 산종이라는 개념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동일성이 무슨뜻이죠?

 

 

산종(散種;dissemination)이란 말보다 산개(散開)라는 말로 더 널리 일반화되어 있는 개념이다.

 

데리다의 핵심개념은 차연(差延;differance)과 산개(散開;dissemination)인데, 차연이란 공간적 차이와 시간적 지연의 합성어인데(혹자는 데리다의 차연은 후자를 의미한다고 함), 원전(Text)의 의미란 본질적으로 차연에 의해 달라지기 마련이어서 본질적으로는 원전 그 자체에는 도달할 수 없으므로 결정불가능한 것이긴 하지만 최대한 개방(散開)함으로써만 일말의 접근가능성이 주어진다고 본다. 그러므로 그의 ‘산개’란 재구축(reconstruction)을 기대하지 않는 해체(deconstruction)라는 개념과는 달리 ‘구축’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해석가능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원래 ‘동일성’이란 용어는 예전의 ‘그것’과 오늘의 ‘그것’이 시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것’으로 불리울 수 있는 ‘불변의 그 성질’로 인하여 ‘같은 것’이라 부를 수 있을 때의 ‘그 변별성’을 일컫는 말이다. 데리다가 만약 동일성을 말하였다면 그것은 ‘원전 그 자체’와 ‘해석된 그 무엇’이 '정확하게 일치'할 때를 말할 것이나 그는 그 가능성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어제의 원전과 오늘의 원전이 원래 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현전(現前;presentation)이 달라지는 것은 본디 ‘원전 그 스스로’가 '내가 누구요'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미가 된다.

 

 

 

[질문] 다시 '산종'에 대해 그리고 '말소 하에 둠'이란 용어?

 

1) '말소하에 둠'이란, 본디 인쇄기법과 관련된 용어인데 '삭제표시 해둠으로써 쓴 부분과 삭제된 부분 둘 모두를 인쇄하는 것'을 말합니다. 원래 데리다의 스승인 하이데거는 선험적이라 생각했던 '존재'라는 단어가 다소 부적절하긴 하지만 그래도 필요하므로 'x'표를 하여 '삭제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였던 데에 착안하여, 어떤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해석이지만 동시에 '참조'함으로써 '판독가능하도록 해 둔'다는 것을 모호한 '원전'에 대한 접근루트의 개념으로 사용하였습니니다. 즉 '비록 그 의미는 아니어서 폐기해야하지만 참조는 할 수 있는 하나의 해석가능성'이라는 뜻입니다.

 

2) 산종(散種)이란 한자어는 '뿌림과 파종'을 의미합니다. 산개(散開) 즉 '뿌림과 꽃피움' 혹은 '뿌림과 염('열다'의 명사형)'라는 말과 같은 의미인데 학자들에 따라 번역어가 다른 것입니다. 즉 '기호와 의미'가 일대일 맞대응하는 것처럼 적확하게 들어맞지 않는 '일상언어의 모호함' 때문에, 의미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해석가능한 모든 의미들을 나열함으로써 비록 지금은 정확하게 해독 못하지만 나중에 어떤 계기로 인해 판독될 것을 대비하여 새로운 해석의 길을 열어 둔다는 의미입니다. 즉 의미의 산개란 더 이상 하나의 의미로 이해되지 아니하는 원전에 대하여 접근가능한 무수한 의미들을 다양하게 뿌려놓는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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