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신화

의상조사<법성게>

미송 2012. 5. 2. 07:24

 

성품은 깊고 깊으며 가장 미묘해

진성심심극미묘 眞性甚深極微妙

 

 

깊은 것은 낮은 것을 떠날 수 없고

낮은 것 또한 깊은 것의 근본이 되니

낮은 것이 이미 낮은 것만이 아니며

깊은 것 또한 깊은 것만이 아니라

깊으면 깊은 대로 낮은 것을 품고

낮으면 낮은 대로 깊은 것을 실으니

깊고 낮음을 떠나면서

깊고 낮음이 한 생명으로 있는

가장 미묘한 것

참된 성품

 

그래서 참된 성품이

가장 미묘한 것이 아니라

깊고 낮음을 떠난 곳에 이르면

참된 성품이라고

이름 지을 수도 없고

그 모습을 그려 볼 수 없으면서도

낮음을 이루고

깊음을 이루어

깊고 낮음의 경계를 벗어난

함께 어울린

생명의 활발발한 모습을 일러

참된 성품은 깊고 깊으며 가장 미묘해

 

 

한 티끌 속에 시방을 머금고

일미진중함시방  一微塵中含十方

 

 

한 잔의 차도

마시는 사람마다 그 맛이 각각일지니

한량없는 차 맛이

한 잔에 담겨 있다고 해야겠지요.

 

더구나 차 맛을 아는 마음이

차 맛 밖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차 맛 그 자체가 마음이 되니

 

마음은 인연을 이루는 관계의 그물망이 되고

마음이 된 차 맛도 그 자체로

우주의 인연이 되지요.

 

그러므로 앞서의 맛으로

현재를 판단하는 순간

지난 기억이 현재가 되어

현재는 과거 속에 묻히고

 

기억이 마음이 되면서

습관적인 앎으로 업이 되니

마음은 법계의 인연이 아니라

그저 기억된 마음에 지나지 않고

모든 판단은 기억된 분별이 됐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먼지 한 톨은 의미없는 물질이 되어

한 톨의 먼지가

단지 한 톨의 먼지가 되나

 

업인 습관적인 앎만을 따르지 않고

통찰력으로 볼 때

 

단지 한톨의 먼지가 아니라

먼지 한 톨의 움직임이

우주 법계의 춤

 

의상조사<법성게>(2000, 正和스님 풀어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