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큼 복잡하고 간사한 동물은 지구상에 더 없다. 오늘도 마당에 누워 잠을 자는 두 강아지의 모습을 본다. 어쩌면 거지의 행색과도 같다. 주인이 밥을 주면 먹고 주인이 밥을 주지 않으면 배고픈 채 죽어야 한다. 생사가 주인의 손에 달려있다. 가만 보면 두 강아지에겐 고민도 없고 걱정거리도 없다. 다만 주인이 좀 늦게 귀가하면 불안했던 흔적은 보인다. 왜 불안했을까. 주인이 그리워서, 주인이 돌아오지 않을까봐, 주인이 없으면 먹을 걸 얻을 수 없으니까.
두 강아지에겐 분명 기억력도 있고 애증의 감정도 있다. 우유 맛을 기억하여 팩에 그려진 그림만 봐도 혀를 날름댄다. 주인의 명령어도 자알 기억한다. 눈치도 빤해 자기 이름이 들어가면 자기 얘기를 하는지 얼른 알아차린다. 야단치려는지, 예뻐해주려는지, 장난치려는지, 날씨가 추우니 샤워를 시켜 방안에 들여놓으려는지, 두 강아지는 기억을 하고 또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혓바닥으로 핥고 슬쩍 깨물고 턱을 주인의 손등에 괴고 온 몸으로 밀치고 팔목을 어그적 씹기도 하면서 좋다는 표현을 한다. 인간과 다른 점은 변덕을 부리지 않는다는 점. 계산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이거나 하는 건 인간들만의 속성일 뿐이다. 인간 외의 동물들에겐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는 점이다. 주인이 대문을 열면 언제나 반갑고 주인이 먹을 것을 들고 나오면 언제나 고맙고 주인이 쓰다듬으며 장난을 걸면 언제나 즐거운 두 강아지.
우리는 저들을 보면서 언제나 밝게 웃는다. 너희들은 좋겠다, 뭘 먹을까 뭘 입을까 걱정도 없고 누구의 것을 빼앗을까 머리 쓸 필요도 없이 그저 주인의 발치에서 쾌활하게 놀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사람들은 툭하면 너희들의 팔자를 운운하며 약간은 비웃고 약간은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사실 두 강아지들 곁에서 정을 붙이며 느낀 점은 흉내낼 수 없는 천진난만함이다. 욕심이 없으므로 일관된 평화를 연출할 수 있는 두 강아지는 무욕을 가르친다. 기복이 없는 감정으로 뛰노는 몸짓. 우리 집 두 강아지는 우리의 친구 아니 우리가 낳고 싶은 미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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