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아름다움을 짓다

미송 2014. 11. 2. 20:40

 

아름다움을 짓다 / 오정자

 

 

천지는 위대한 아름다움이 있으면서도 말을 하지 않는다 天地有大美而不言

 

누가 키운 줄도 모르는 닭 한 마리를 먹은 어제의 나는 미개하였을까

반성을 할까 생각하자 당신 화두가 떠올랐네

불가촉천민* 나의 조상도 백정이었을까 가금류를 제 손으로 잡아먹던 부류였을까 

누가 보아도 불쌍하기 짝없는 그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집에 대하여 생각을 했다

인생의 이 행복이라면 아름다운 집을 짓는 그들은 행복하리라

지배와 계급으로 얼룩진 황막한 세상 속에서

손끝이 닿지 않아 안타까울지라도

 

 

* 접촉할 수 없을 정도의 천민이란 뜻으로,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

사성(四姓: 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에 속하지 않는 가장 낮은 신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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