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김다은, 『쥐식인 불루스』

미송 2015. 7. 31. 08:54

 

 

 

소설 쓰기는 문학 행위이자, 굶주림을 두려워하지 않는 내밀한 저항 행위이다. 작가는 가장 높은 것을 욕망하기에 배고픔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평생 빈 원고지를 알집 삼아 스스로 태어나는 아프락사스. 고립, 갈증, 불면, 탈진, 백수의 대가로 얻어지는 소금 같고 빛 같은 문장들-그것은 작가들이 차린 식탁 위에 놓인 언어의 밥이다. <서영은>

 

 

 

'아프락사스'는 내가 열일곱 살 때 펜팔친구 광연이한테 처음으로 들었던 말이다. 나는 그때, 데미안을 읽을까 하며 읽다가, 끝까지 읽지 못했던 거다. '알' 어쩌구저쩌구 하던 야기. 픽션 보다 더 픽션스런, 결론은 논픽션, 소설을 쓰려는 사람은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 살려는 자, 자신화를 꿈꾸는 자이다. 왜 그래야 할까. 왜 못 마땅할까. 그건 그냥 못마땅하니까. 제 입맛에 안 맞는다, 그래서 제 입맛에 맞게 스스로 요리를 하고 혀를 길들이고 맛을 창조하고, 가끔은 또 스스로 창조주가 되기도 하면서, 하여간 소설가는 머리통이 온통 소설꺼리로 수북하다. 그러니 어찌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으랴. 진정한 '괴물탄생' 하며 짠 하고 나타났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눈 좋은 사람들은 그 괴물을 진정한 인간상으로 알아보기도 하는 현실. 그런 괴리를 전제하고서야 재밌는 생은 이어진다. 고통의 도를 넘어선 만의 삶, 나만의 삶,을 우리는 더러 꿈꾸는지도 모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