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길 가는 자의 노래

미송 2016. 4. 16. 11:10

 

 

 

 

 

 

길 가는 자의 노래 

 

오정자

 

   

바람은 가을바람처럼 불다 수상한 빗줄기 떨구고 지났네 

빗방울 먼지 위를 풀썩대다 떠난 저녁이 사막이고

아이는 나무를 심으러 몽골로 간다 하였네

간곡한 뜻을 새기려함은 욕심일까

바람도 빗방울도 감질나게 왔다 간 저녁 무렵

아이는 기억 속에 쌓여만 가고 

아이는 손바닥으로 쌍꺼풀을 어루만지듯 하네

 

달래지 못할 건 없다 회상하지만

이제는 말도 꺼내기 힘들어진 모양새를 엉망진창이란 말로나 달래네 

모래톱에 빠진 앞바퀴를 견인차로 빼냈던 지난 여름을 이야기 하고

그러고도 남은 시간이면 바닷가로 달려가네 

적조현상으로 모래사장은 절벽이 되었네

수입된 모래알로 전전긍긍하는 백사장은 몸살을 앓네

왜 힘찬 파도를 볼 수 없을까 불빛 스민 얕은 바다 속을 들여다보았네

바다도 이젠 두 손을 번쩍 들었을까 출렁이던 파도가 내가 졌소 하고 멈추네

밤바다가 무서워져 뱃속에 든 물고기로 배앓이를 하네 

기억이 돌아와 주억거리네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

 

원하든 원치 않던 악몽 같은 한 장면을 보다 또 잠에서 깨어나면

가끔은 곁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아빠였으면 했네 

아이들 투정을 무조건 받아 주길 바랐네 

사춘기 시절 좋아했던 전도서 구절이 녹아 있는 시 

허무를 극복하려던 시가 깊은 눈이 되려 하네

하지만 또 증발을 꿈꾸기도 하네

자신을 우뚝하니 세운 대문자가 사라질듯 웃으려 하네

 

아이-아이 신음하며 소설 속으로 영화 같은 일이 쉬 일어나는 현실 속으로 

드라이브하다 돌아온다네, 머그잔 무늬들 서서히 보이네.

 

*류시화 시인의 '길 가는 자의 노래

 

 

 

 

 

 

 

 

 

'채란 문학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뒤란에서 그녈 만나다  (0) 2016.06.29
[시] 죽지 않는 꽃  (0) 2016.05.08
[시] 숨어있는 길  (0) 2016.04.13
[시] 너 (쿠마라지바)  (0) 2016.04.10
[시] 회색도시   (0) 201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