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번역작품
작품집
먼곳에의 그리움 / 전혜린 |

|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이어령
전설이나 신화 속으로 사라져가는 사람들이 있다. 전혜린--- 선물이다. |
|
[편지글] 쟝 아제베도에게 |
<전혜린의 단문>
달팽이의 논리
|
네가 나의 상황(예컨대 나이) 같은 것 때문에 나를 불신하느냐 ?
그와 똑같은 이유로 내가 너를 불신한다면
그것은 원(圓)을 긋고 도는
달팽이의 논리가 될 것이니 그만두자.
1964. 2.12
시간의 풍화작용
결별은 쉬운 일,
그러나 그 다음이 항상 문제인 것이다.
사고(思考)는 항상 사실적인 힘임을 믿고 있다.
끊겠다는 의지가 끊는 행위와 같은 것을 뜻하는 셈이다.
그러나 사실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
한 미소나 한 눈동자, 한 목소리를 기억의 표면에서 말살해 버리는 것은
많은 국가와 시간의 풍화작용의 도움이 필요하다.
잊겠다는 의식만으로는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
관념이 긍정한 행위를 우리의 감성이 받아들이기에는
또 하나의 훈련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듯이
완전한 자유의지는 아닌 것 같다.
1964년 1월 20일
연기(演技)의 불일치
그렇다.
나는 나와 연기(演技)를 일치시킬 수 없는 순간을 종종 갖는다.
그럴 때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지금도 그를 혐오해서라기보다 혼자 있는 거의 필요해서인 것이다.
1964년 1월 21일
소시민적 일요일
권태와 어느 안정감
소시민성 속에 자기를 고정시키려는 의도와,
또 그 의도의 무용함과 번거로움을 의식하는 데서 오는 텅빈 공허감이
내 가슴을 찬바람 불 듯 지나간다.
감정도, 애정도 다 떨어진 느낌, 가정, 직장, 나, 국가, 사회
이런 단어들이 아무 연결도 없이
내 머리를 지나간다.
1964년 1월 19일
왜 보를레르는 일생 동안 쟌느 듀발을 사랑한 것일까?
백인도 아니고 아름답지도 않고,
오욕의 생활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를 마음으로 극악했다는,
또 릴케가 왜 자기보다 열 네 살이나 위인, 남편 있는, 남성적인 루를 사랑했던가!
니체가 [수세기에 한번 구라파에 나타나는 두뇌를 가진 여자]라고 평한 루의 총명 때문에?
릴케의 모성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결국 두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정의(定義)할 수 없는,
정의보다는 보다 높은 법칙 밑에 놓여 있어
운명이니, 만남이니, 하는 말로 그 편린을 알 수 있는 이외에는
전모를 언어로 파악할 수 없는 무엇이 아닐까?
결국 이 마술적인 것이 없는 모든 관계는 모래 위의 성인 것 같다.
아무리 그 관계가 지속됐다 해도 그것은 하루 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비본질적인 무엇인 것이다.
1964년 10월 5일
매순간마다 확인시키고 싶다.
도대체 내구성耐九性이 없는 언어로서가 아니라,
언어 따위는 초월한 무엇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1964년 5월 13일
'시인과 작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연수 (0) | 2009.11.06 |
|---|---|
| <함석헌> 자유의 혼 무한대의 원을 그려라 (0) | 2009.10.20 |
| <이문재> 시인은 늘 시만 생각하는 사람 (0) | 2009.10.04 |
| <막심 고리끼> 장편소설, 어머니 (0) | 2009.09.29 |
| 위선환 시인 (0) | 2009.09.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