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신화

세설신어

미송 2011. 3. 5. 07:18

세설신어世說新語는 중국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송宋나라의 문학가,
유의경劉義慶, (403~444)이 쓴 책. 

 

《세설신어》는 후한(後漢) 말에서 동진(東晉) 말까지 약 200년 동안 실존했던 제왕과 고관 귀족을 비롯하여 문인, 학자, 현자, 승려, 부녀자 등 700여 명에 달하는 인물들의 독특한 언행과 일화 1130조를, <덕행(德行)> 편부터 <구극(仇隙)> 편까지 36편에 주제별로 수록해 놓은 이야기 모음집이다. 내용이 상당히 방대하여 당시의 문학·예술, 정치, 학술, 사상, 역사, 사회상, 인생관 등 인간 생활의 전반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
따라서 중국 중고시대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필독서이다.

우선 문학예술의 측면에서 《세설신어》는 그 자체로도 깔끔하기 이를 데 없는 훌륭한 산문 작품이다. 사륙변려문(四六騈儷文)과 같은 수사학적인 유미주의가 극성하던 당시의 문학 풍토에서 이처럼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은 한 줄기 청신한 바람이었다. 인물을 묘사하는 데 사용된 언어는 고도의 간결미와 함축미를 지니고 있어서 위진 시대 언어 예술의 높은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세설신어》에는 문학적으로 다듬어진 수많은 고사성어가 산재되어 있는데, 오늘날에도 널리 인구에 회자되는 등용문(登龍門), 난형난제(難兄難弟), 점입가경(漸入佳境), 망매지갈(望梅止渴)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세설신어》는 중국 고전소설사상 지인소설(志人小說)이라는 독특한 유파를 정립하여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모방작을 만들어내면서 이른바 세설체(世說體) 필기소설의 시조로 존중받고 있다.

학술사상의 측면에서 《세설신어》는 위진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사조인 현학(玄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이다. 현학은 형이상학적인 심오한 철리를 논하는 학문으로 주로 청담(淸談) 형태로 표현되었는데, 청담의 주된 내용은 《주역》,《노자》,《장자》의 이른바 삼현(三玄)을 기본 대상으로 하고 여기에 불학(佛學)과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 널리 성행했던 인물 품평이 더해졌다.《세설신어》에는 하안(何晏),왕필(王弼)과 같은 청담 대가에 대한 기록은 물론이고 청담의 다양한 주제와 방법 등이 집약되어 있어 청담의 보고라는 명성을 얻고 있으며, 인물 품평을 통해 드러난 수준 높은 사유 활동의 면면은 중국 미학사상 한 장을 차지하기에 충분하다.

당시의 문사들은 현학과 청담에 능해야만 비로소 명사로서 행세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려면 청담 논변과 현학적인 언어 응대가 집약되어 있는 《세설신어》와 같은 책을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따라서 자연히《세설신어》는 ‘명사들의 교과서’가 되었던 것.


- 以上, 청대에 간행된 왕선겸의 사현강사본 《세설신어》(上海: 상해고적출판사영인, 1984) 에서 간추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