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퇴근길

미송 2011. 3. 26. 14:38


 




    퇴근길

    3월에 눈이 내리네 크리스마스 돌아오네
    주먹만한 눈송이 은발 머리카락처럼 날리네 일기예보를 너무 늦게 봤네 나는
    우산도 없이 당신을 기다리네 일곱 송이 황금빛 수선화를 들으며
    병아리색 자전거 예쁜 자전거를 묶어두고 애마 바퀴를 기다리네
    3월에 눈이 내리네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네
    닭똥같은 눈물 뚝뚝 흘리며 여행가방을 들고 돌아서 나오던 옛날 집이 보이네 통장도 없이 당신을 기다리네 백만송이 백만송이 장미를 회상하며 기다리네 더 이상 한발짝도 뗄 수 없는 다리를 접고 편안한 의자를 기다리네
    3월에 눈이 내리네 저기 쿨렁이며 초록말이 달려오네
    비스듬히 기대어 나는 붉은 혀를 빼밀고 그는 입맞춤을 아끼네
    우산도 없이 불구의 몸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그가 묻네
    미치겠네 미치치 않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믿기지가 않아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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