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의 세 가지 수법
(1) 직서법(直敍法)
꽃도 좋다. 그러나 신록이 더욱 좋다. 밤비 뿌리는 소리에 꽃이 흩어질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은 무정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꽃을 더 오래 보기보다 어서 신록이 드리운 푸른 그늘 아래를 거닐어보고 싶은 것이다. 비 갠 이른 아침, 흩어진 낙화는 밟으면서라도 그 금빛 같은 태양과 맑은 미풍에 선들거리는 녹엽들을 우러러볼 때, 그때처럼 내 자신까지 싱그럽고 내 자신까지 힘차지는 때는 없는 것이다.
자기의 감동됨을 독자에게 직접 호소한다. '신록이 더욱 좋다'는 감동이 독자에게서 절로 일어나도록 묘사한 것이 아니라 대뜸 자기의 격해진 감정대로 "나는 신록이 더욱 좋다" 해버렸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단순한 수법이다.
(2) 묘사법
연주가 끝나자 나는 꿈을 깨는 것같이 전신이 허전하였다. 정신없이 청중을 향해 예를 하고 걸었는지 뛰었는지 모르게 연단 뒷방으로 나오니 내 귀에는 그제야 박수소리가 와르르 들리었다. 5초, 10초.......박수소리는 아마 재청(再請)인 듯하였다.
"졸업연주도 이걸로 끝이 났구나!"
나는 내 방 책상 위에 걸려 있을 어머님 사진이 선뜻 눈앞에 떠올랐다. 웃으시는 얼굴이다. 내 이 졸업을 위해 남모를 눈물과 땀을 흘리신 어머니, 한 학기를 한 학년보다 더 지루하게 당해오시던 어머니, 오늘 이 저녁을 여섯 달을 남겨놓고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동무들이 재청에 나가라고 어깨를 흔들었으나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어 구석자리를 찾아가 쓰러지고 말았다.
직접 슬프다, 기쁘다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그 감정을 묘사해서 독자가 절로 슬퍼지고 절로 기뻐지게 하는, 가장 뛰어난 수법이다.
(3) 영탄법
충정공 민영환의 결고문
우리 대한제국 이천만 동포에게 영결의 말씀을 드리노니,
아--나라의 수치와 백성의 굴욕이 마침내 이에 이르렀는가? 우리 인민은 장차 생존경쟁 속에 진멸(殄滅)할는지도 모르리라. 그러나 무릇 살고자 하는 자 반드시 죽고, 죽기를 기약하는 자 반드시 사나니 여러분이 이것을 어찌 모를까보냐. 영환이 한갓 한 번 죽음으로써 우러러 황은을 갚고 우리 이천만 동포형제에게 사죄하노니 영환은 죽어도 죽지 않고 여러분을 저 구천 아래에서 도와드리리로다. 행여 우리 동포형제는 더욱 분려해 지기(志氣)를 굳게 하라. 학문에 힘쓰라. 결심육력해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회복한다면 죽은 자 명명(冥冥)한 가운데서도 마땅히 기뻐 웃으리이다. 아--- 조금이라도 희망을 잃지 말지어다. --원문은 순 한문, 이원조 역(譯)
고조된 감정은 파도같이 동적인 표현을 요구한다. 따라 어조가 율동화하며 나온다. 이것은 거의 운문의 경지다. 그러므로 시는 서정문의 최고형식이라 할 것이다.
산문에서도 서정문은 가장 감정적인 글이다. 자칫하면 값싼 감상에 빠지기 쉬우니 내용이나 형식을 물론하고 고상한 풍격(風格)을 내는 데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품격이 없으면 거짓 울음이요, 거짓 넋두리가 되고 만다.
* 분려(奮勵); 기운을 내어 힘씀. 결심육력(結心戮力);마음을 합해 서로 돕고 힘을 모음. 명명(冥冥); 나타나지 않아 모양을 알 수 없음.
타이핑, 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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