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딱정벌레를 생각함

미송 2011. 5. 3. 14:32

 

 

 딱정벌레를 생각함 / 오정자

 

언제 옷을 입었는지 모르겠다 어두움이 시작했을 무렵일까

등허리 질감이 딱딱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떤 것인 경계를 들추자

돌돌 말린 이파리 위로 싸늘한 물결이 번진다

가까워질수록에 두려워지는 것들 그러나 대면해야할 낯선 진실로

어깨며 목덜미며 다리를 어루만질 때 손가락 사이로 한 소녀 가뭇없이 흔들린다 

 

몸뚱이가 뒤집힌다 속을 알 수 없을 것 같은 웅크림

햇살 쪽으로 인상을 찌푸리는 사이

빛다발의 어포스트로피

나무의 등에 업혀온 깃털이 스륵 날아오르려는 순간의 눈물 방울

나무의 파랑波浪에 기대어 딱정벌레가 되려던 순간의,

 

 

*apostriphe 어포스트로피; 영어에서, 생략 또는 소유격을 나타내는 기호의 이름.

 

20120808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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