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Somewhere in Time

미송 2011. 7. 2. 18:11

 

 

 

 

 

 

딱 한번 보았을 뿐이지만, 절대 잊지 못하는 영화가 있다. 1980년 제작 개봉 당시 평단의 호평을 받지는 못했고 오히려 악평이 많았다고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많은 팬들이 기억하고 있고 오히려 세월이 갈수록 못 잊어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리고 점점 더 많은 골수팬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 영화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Somewhere In Time.

정확히는 언제인지 기억의 저편을 샅샅이 뒤져 봐야겠으나, 케이블이 없던 시절 어느 토요일 낮시간에 공중파에서 <환상의 여인> 이라는 이름으로 느닷없이 방송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티비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렸던 제인 시모어가 나오고 있었고 수퍼맨 만으로 일약 스타이던 크리스토퍼 리브가 나왔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27년이 지나도록 아직 내 기억에 그대로 있다니 지금 생각해도 <운명의 조우> 같기만 하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DVD 조차 없다고 한다. 미국에서만 20년 기념 한정판이 나왔다고 하며 국내 일부 비디오 가게에 있다는 낡은 테잎의 타이틀은 <사랑의 은하수> 라고 한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음악만은 전세계적으로 모를 이가 없을 터.

 

Somewhere In Time.

John Barry 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를 보았던 당시부터 잊지 못할 영화음악이 되었다. 이 영화를 아는 이가 주변엔 거의 없었는데, 오늘 서핑을 해보니 간간 블로거들이 글을 썼더라. 제인 시모어를 단박에 다시 보게 만들어준 영화였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리브가 생을 마감하기 전 자신의 커리어 중에 가장 빛날 두 작품으로 <수퍼맨1>과 이 영화를 꼽았다는 것은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감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고, 당시의 저예산 영화이기도 하다.

 

아마도, 잘 모르는 이를 위하여 굳이 묘사를 한다면 사람들이 주저없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생애 못 잊을 영화의 하나로 꼽는 <Love Affair> - 특히나 남자들이 아름다운 아넷 베닝을 못 잊어한다 

그 영화와 닮은 꼴이지만 해피엔딩이 아니고 절묘한 애련함이 끝을 장식한다.

 

사실 어렸던 시절, 이 영화를 보고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하는 것은 두 가지 점 때문이다.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라스트씬이 지나고 나면, 마음 한 구석 팽팽히 가득차 오는 가슴저림의 느낌과, 그때까지 내가 본 사랑장면(베드씬) 중에 가장 로맨틱하고 아름다워 보였던 느낌과 이미지. 그래서 당시의 제인 시모어와 크리스토퍼 리브를 잊지 못한다.

 

얼마전 우연히 한국 가수가 부른 이 곡을 들었다. 원곡은 음악 뿐이지만, 성시경과 모르는 여성 성악가가 가사를 붙여 부르는데 오랫만에 듣는 곡이 어찌나 좋았던지 하던 일에서 두 손을 놓고 음악에 취해버려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인터넷을 찾아 원곡을 찾았고 사진도 몇 장 건졌다. 생각해보니 정말 이십 여 년이 훌쩍 넘었을텐데, 나는 단 한번 영화를 티비의 작은 화면으로 보고 (아마 더빙으로 보았을 것이다.) 오늘까지 생생히 그 토요일을 기억해내고 있다. 인터넷에 있는 이미지를 보니, 너무나도 그 영화가 그리워졌다.

 

어설픈 스토리라인과 신빙성 없는 허구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 느낌과 이미지, 배우들의 연기와 몽환적 분위기 만은 아직껏 내 가슴과 머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때가 되면 어딘가에서
우리는 함께 사랑과 삶을 나누게 될거에요
부드러운 손길로
대단한 일이지만
사실이에요.

우리가 입맞춤을 할 때
난 영원히 깨닫게 됩니다
그대 품안에서
난 길을 잃고
당신은 날 다시 찾게 되겠죠

그대가 내 곁을 떠난다면,
난 보낼 수 없어요

이 세상이 다 할때까지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리란걸 알아요
때가 되면 어디에선가

어떤 말로도, 어떤 운율로도
내 안의 이 고통을 표현할 수 없어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대를 보내며 내 마음을 아프겠죠

작별 인사를 나누는건
내 마음을 영원히 아프게 하는거.
때가 되면 어딘가에서
우린 다시 만나게 되리란걸 난 알고있어요

그대는 내 마음 속에,
그대는 내 영혼 속에 있어요


 

 

Somewhere in Time 사랑의 은하수

 

1980년/ 원작소설: Richard Matheson / 감독: Jeannot Szwarc
주연: Christopher Reeve + Jane Seymour /음악: John Barry /103분

 

인간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기 전까지는
새처럼 하늘을 난다는 것이 불가능해보였던 것처럼,
지금 우리가 불가능하게 생각하는 것들도 언젠가는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 하나의 예로 시간과 공간, 즉 시공을 초월하여 다니고 싶어 하는
인간의 오랜 욕망을 들 수가 있는데, 5차원 또는 6차원이라는 미지의 단어들도
다 그런 호기심에서 생겨났겠지만, 실제로 현재 그런 상상과 호기심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오늘날, 상당수가 있다고 하니
머지않은 시기에 그 상상이 현실이 될 줄 누가 또 알겠는가?

 

‘Back To The Future’ 시리즈(1985-1990)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또 우리나라에서도 ‘시월애’ 라는 영화가 만들어진 적이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발상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지금은 현실의 세상에서
결코 해볼 수가 없으나 (화면을 통해 만나는)시공 초월의 그 대리만족의 재미 역시
결코 무시할 수가 없는 모양인지 이런 스타일의 영화들은 오늘날에도 계속
만들어 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런 영화들이 거의 액션스타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반해,
유독 이 영화만은 잔잔한 로맨스 스타일로 만들어져 그 독특함을 더해준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에서 극작가로 성공한
Richard Collier (Christopher Reeve, 1952-2004, 미국 뉴욕)에게
파티 석상에서 생면부지의 웬 할머니가 다가오더니
”Come Back to Me....." 라는 이해하기 힘든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리고 한참 후, 휴가도중에 우연하게 들르게 되는 어느 시골의 호텔,
(원래, 원작 소설에는 리차드가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홀로 여행을 한다)

그런데 지나가는 길에서 그 호텔을 본 순간, 이상하게도, 왠지 많이 와 본듯 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체크 인을 한 후에, 호텔 내의 박물관 을 둘러보던
리차드는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바로 벽에 걸린 1910년대의 유명한 연극 배우,
Elise Mckenna (Jane Seymour, 1951,영국)의 사진을 본 순간(아래 사진)

 언젠가 시카고에서 자기를 찾아왔던 그 할머니가 바로 이 사진속의 주인공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는 이 호텔에서 드디어 1912년으로 가는 시간 여행이 시작이 되고
젊은 시절의 그 엘리스와 한동안 사랑에 빠지며 둘의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나
현 시대의 작은 동전 하나 때문에 순간적으로 다시 현재로 돌아오게 된다.

 

원작소설의 작가, Richard Matterson 이 직접 각본까지 쓰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된바 있는 TV시리즈, ‘KOJAK’(1973)으로 미국시장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빠리 출신의 감독,

쟈노 쯔바르크 (Jeannot Szwarc, 1939, 프랑스)가 촉촉하고 평온한 분위기로
연출을 하였는데 영화의 끝 장면을 보면서는 무척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수퍼 맨 시리즈(1978-1987)에서의 펄펄 날던 그 이미지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주인공, 리차드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 모습이 너무나 불쌍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 (당시로서는 유행같이 상투적인) 여성관객들을 위한 의도적인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고, 또, 전체적으로 5번이나 오스카상을 수상한,
존 배리 (John Barry, 1933, 영국)의 영화음악도 그런 분위기를 아주 잘
뒷받침 하고 있는데, 이런 배리의 음악은 작품 전체에서 상상 이상으로
무척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 자체는 신나는 SF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멋있는 로맨스도 아니라는 일부의
악평을 받기도 했으나, 배리 가 만든 오리지널 스코어만큼은 누구에게나 호평과
극찬을 받았기 때문인데, 그의 출세작인 007시리즈 의 음악과는 180도 분위기가
다른, 마치 한국 팬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Out of Africa (1985)
Main Love Theme 과 매우 흡사한 분위기를 주는 이 영화의 아름다운 주제곡이
없었다면, 어쩌면 이 영화는 실패한 작품으로 기억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아래 음악)

 

바로 영화 전체의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는 이 OST가 (절대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닌데, 눈물이 날정도로 아름다운 이 Main Theme은
이후 Martin Nievera 라는 남자가수가 가사를 붙여
동명 타이틀곡으로 발표 한바 도 있다.
또한 이 영화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클래식 (삽입곡) 한곡.
리차드에게 내게로 돌아오라고 말을 한 뒤, 집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지난날의
추억을 되새기는 할머니 분장의 제인 세이무어의 손에 들린 뮤직 박스에서
부터 흘러나오는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v,1873-1943, 러시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Rhapsody on a Theme by Paganini)

마치 이 영화의 제2의 주제곡 인 듯 영화의 분위기와 너무나 환상적으로
잘 어울린다.

 

이곡은 이후 ‘Ground Hog Day’(1993), Sabrina(1995), ‘Shine’(1996)등
수많은 영화에서 다시 등장을 하게 되는데 이 영화가 가장 적절한 분위기에서
이곡을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

1960년대의 ‘The Rasberries’라는 그룹의 리드 싱어였던, Eric Carmen (1949,
미국 오하이오)이 부른 유명한 ‘All By Myself’ 이라는 곡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C단조, 작품.18) 에서 그 Theme을 인용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VHS Tape으로 이 영화가 출시된 바 있는데
그때의 한글제목이 “사랑의 은하수” 라는 촌스러운 제목이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RC-3 코드의 DVD는 아직까지 출시되질 않았고, 대신 미국이나 일본에서 현재 RC-1
으로 구입할 수가 있지만(맨 아래 사진) CE로 발매된 DVD에도 Mono로 이 아름다운
주제곡이 녹음되어 있는 점이 무척 아쉽다.

 

추가 원고:
1995년 봄에 낙마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된 이후에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TV극 등에 출연하면서 정상 일 때도 못한 감독 생활까지도 한
Christopher Reeve 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 내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매우
많은 노력을 하였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줄기 세포 연구를
적극 지지하면서 언젠가는 다시 걸을 수 있기를 희망하였는데,
불행하게도 2004년10월10일에 운명 을 달리하였다.

 

교수이자 저널리스트인 부모사이에서 1952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Superman’
(1978) 으로 일약 수퍼 스타가 되었는데, 생전에 약 40여 편 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 하였고, 두 편의 TV극을 제작하고 감독하였으며, ‘수퍼 맨 4’(1987)의 각본도
직접 쓴바있는 매우 다재다능한 연예인이었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시간의 그 어느 곳” 에서 이제는 마음 놓고 수퍼 맨같이
시공을 초월하여 날라 다닐 수 있게 된 Christopher Reeve (1952-2004) 를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追慕해본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 하드 4.0 (2007)  (0) 2012.01.01
콘택트Contact  (0) 2011.09.09
영화 〈무산일기〉를 보고  (0) 2011.05.30
소설vs영화 - 『더 로드』   (0) 2011.05.01
여자, 정혜  (0) 2011.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