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미송 2011. 8. 13. 15:26

/ 오정자

 

하늘하늘 섭했는지 비가 내리고

좌회전으로 집 입구를 벗어나려다

퍽 브레이크가 잡혔다 

버티고 선 나만한 자동차

차창 속으로 고개를 던져 죄송해요 하자

상대편의 얼굴은 희미했고

철렁 뛰어 올랐던 가슴은 차분해졌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산고개 고비처럼 넘을 때마다 곡예하는 여우를 만나

할머니 여우같은 죽음을 벗어났다는 떡에 얽힌 얘기 옛날 이야기는 곧잘 눈물이 나네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슬..슬  

어제 아침 잠이 안 와 전화를 걸었다는 둘째 아들이

바닷가 가기 전 엄마집에 들러 도장을 찍겠다 했다

엄마 이웃에게 떡이나 돌릴까 물었다

 

너 위해 떡 돌린 적 많았다 나도 

초등학교 입학해서 여자애 울리고 온 후 부터

그래 떡 많이 돌렸지 그래도 놔 둬

- 아직도 니가 뭐 학교 반장인 줄 아니-

대답을 마쳤는데, 

 

출근길 떡 버티고 선 자동차 앞에서

왜 네 입안에 그 떡이 그리웠을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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