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독백

mórning glòry

미송 2011. 10. 8. 07:58

 

 

 

 

mórning glòry

 

 

아침 시간만큼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시간도 없다.

자로 잰 듯 반듯한 아파트의 문들

흐릿한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습관처럼 창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이 닿게 되면

보이는 각지고 뿌연 바랜 집들이 오늘은

겨울 눈(雪)을 맞고 있는 그림 같으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에게

가장 멀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항상

날 지켜주고 있는 나에게

속삭이듯 말을 걸고 웃고 속으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경청과 묵상의 시간은 아침이 허락한

시간이다. 저녁노을 아래서나 깊은 밤에

나누는 은밀한 대화하고는 조금은 색깔이 다른

아침시간의 만남은 청명한 날씨를 보는 것 같다.

비록 하늘은 흐리고 창밖에 집들은 사각 모서리로

아프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희론에 빠져 있더라도

이 조용한 아침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밤 이후 남아있는 부유물이나 상념들을 정화시켜주는

투명한 얼굴이다. 맑은 물빛에 반사된

그리운 너의 얼굴처럼 고운 아침이다.

 

 

 

*mórning glòry - 나팔꽃[메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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