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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기억의 영속>

미송 2011. 10. 15. 12:28

 

 

 

 

이 이미지는 코스타 브라바에서 파티가 끝난 후의 여름 밤을 그리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는 자신의 집 근처의 작은 해변이 마주 보고 있는 바위며 앙상한 올리브 나무 등, 자신이 좋아하는 풍경을 그리겠다고 준비하고 있었다. 달리가 눈에 익은 풍경을 보며 구도를 잡고 있는데, 느닷없이 저녁 식사 때 나왔던 말랑말랑한 카망베르 치즈 접시가 떠오르는 것이다. 달리는 거기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이 풍경을 나머지와 다르게 보이도록 그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작품은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초현실주의 회화, <기억의 영속>이다. 이 그림의 이상한 형태와 병치는 한번 보면 쉽사리 잊혀지지 앟는다. 아득한 거리에 있는 카타쿠에스는 잔잔한 물결 속에 아른거리고 있다. 전경에는 뚜껑이 열린 회중시계가 기형 머리의 목에 안장처럼 얹혀 있다. 또 하나의 시계는 올리브 나무 가지 위에 걸린 빨래처럼 미풍에 흔들리고 있다. 세 번째 시계는 사각형 시멘트 블록 가장자리에서 '녹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달리가 자신의 걸작을 지칭하듯이, 이 '시간과 공간의 카망베르(camembert)*'는 그가 이 작품을 그린 1931년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똑같은 의미를 갖는다. 그의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의 편재성이 떠오른다. 우리의 시간과 집요하고도 정확한 시간의 총알은, 우리의 손목, 침대 곁, 라디오, 텔레비젼, 휴대폰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도처에 널려 있다. 무엇보다, 너무 익은 올리브처럼 말랑말랑한 달리의 시계는 우리의 삶, 조직에 만연된 기계적인 시간의 개념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시간은 전통적인 의미를 잃기 시작한다. 시계-누군가 시계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나타낸다고 말했다-는 눈 녹듯 녹고, 치즈처럼 부드러워지고, 물처럼 흐늘흐늘해진다.

달리의 비법한 이미지는 우리가 시간을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것으로 보는 데 도움을 준다. 녹고 있는 시계와, 그런 시계가 나타내는 탄력적인 시간은, 인간의 모든 창작물과 마찬가지로, 변형의 과정 속에 있다, 달리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 회화는 전통적인 지식을 넘어서 시간에 대한 리얼리티를 표현하고 있다. 즉 이 작품은
시간을 초월하여 시간은 인간의 인식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가 옳았다. 우리 대부분이 아무리 메트로놈처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시계 침의 움직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평생을 보내도, 시간은 결코 규칙적이지 않다. 학자를 비롯하여 일반인까지도 점차 매혹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시간의 불규칙성과 유연성이다.

                                

                                  -책 <타임 마스터리>(Time Mastery) 中-

 

 

 

*카망베르 (프랑스어camembert)

흰 곰팡이로 숙성시켜 만든, 가공하지 아니한 연질 치즈.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방이 원산지이며, 후식용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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