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강은진<이만호 할머니의 눈썹 문신>

미송 2011. 11. 3. 15:39

     

    이만호 할머니의 눈썹 문신 / 강은진

     

     

    문득, 썩지 않는 것이 있다
    74세 이만호 할머니의 짓무른 등이
    늦여름 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중에도
    푸르스름한 눈썹은 가지런히 웃는다
    그녀가 맹렬했을 때 유행했던 딥블루씨 컬러
    변색 없이 이상적으로 꺾인 저 각도는 견고하다

                                       

     

     

    스스로 돌아눕지 못하는 날
    더 모호해질 내 눈썹
    눈으로 말하는 법을 배울까
    목에 박힌 관으로 바람의 리듬을 연습할까
    아니면 당장 도마뱀 꼬리같은 문신을 새길까
    누구에게나 꽃의 시절은 오고, 왔다가 가고
    저렇게 맨얼굴로 누워 눈만 움직이는 동안
    내 등은 무화과 속처럼 익어가겠지만
    그 때도 살짝 웃는 눈썹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얼굴이 검어질수록 더 발랄해지는 눈썹이었으면 좋겠다
    나 지금 당신의 바다에
    군무로 펄떡이는 멸치의 눈썹을 가져야 하리
    눈물나도록 푸른 염료에 상큼하게 물들어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