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자작나무 안부

미송 2012. 1. 9. 08:04

                                   

       

       

       

       

       

      자작나무 안/ 오정자

       

       

      1

      강원도의 겨울 산빛은 깊은 주홍입니다

      색안경 쓴 눈(目)위로 저녁노을이 밀려들 때

      포말처럼 수줍음이 일어날 때

      황홀한 산 가랑이 아래의 얼음강과

      자작나무 하얀 살갗들이 더욱 환했죠

      당신은 이 길을 지나면서 코스모스 씨앗을 받았다구요?

      자작자작 따스해지는 밥물처럼

      겨울나무들 잘 지내고 있었어요

       

      2

      향긋하니 새벽을 깨우는 손끝에 나무의

      어제 본 나무의 진액 냄새가 묻어 있네요

      샛눈 펼쳐진 길이었을까요

      중간 중간 끊기는 길을 따라 닿은 곳

      물방울들이 쏟아질 듯 매달려 있어

      그릇들 일렬종대로 놓인 자리에서

      ‘드세요 이것은 내 눈물로 지은 음식입니다.’ 라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3

      날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것은 타인들

       

       

'채란 문학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타이유 에로티즘   (0) 2012.01.14
그리운 것은 늘 낯설다   (0) 2012.01.13
풍향계의 기억  (0) 2012.01.07
사랑은 무엇으로   (0) 2012.01.06
파랑주의보  (0) 201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