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안부 / 오정자
1
강원도의 겨울 산빛은 깊은 주홍입니다
색안경 쓴 눈(目)위로 저녁노을이 밀려들 때
포말처럼 수줍음이 일어날 때
황홀한 산 가랑이 아래의 얼음강과
자작나무 하얀 살갗들이 더욱 환했죠
당신은 이 길을 지나면서 코스모스 씨앗을 받았다구요?
자작자작 따스해지는 밥물처럼
겨울나무들 잘 지내고 있었어요
2
향긋하니 새벽을 깨우는 손끝에 나무의
어제 본 나무의 진액 냄새가 묻어 있네요
샛눈 펼쳐진 길이었을까요
중간 중간 끊기는 길을 따라 닿은 곳
물방울들이 쏟아질 듯 매달려 있어
그릇들 일렬종대로 놓인 자리에서
‘드세요 이것은 내 눈물로 지은 음식입니다.’ 라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3
날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것은 타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