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타이유 에로티즘 / 오정자
그해 봄에도 머리를 감았던가
예의에서 어긋나지 않으려
너에게만 열던 에로티즘의 시간
포말을 입에 문 파도처럼
거듭나려는 물결에 젖어들었을 때
잃어버리게 된 소유권 그러나
은유가 되지 못한 언어들은 스위치를 내리지 않는다
감수분열 4분체 가운데 한 개의 염색체
창窓 없는 모나드들은
좁힐 수 없는 거리에서 죽어간다
알싸한 밤 비가 되기도 하고
안개 데피기도 하는 이유는 나 몰라
곤핍한 영혼의 만남은 기적이겠다
닫힌 문 밖에서의 몸은 연속성을 향해 열린다
냉혹한 진실은 표면의 스침뿐이라 해도
영혼의 비타민 하나 건네고 싶다.
(Georges Bataille, 1897~1962).
'악'에서 '꽃'을 본 인류학자 조르주 바타이유. 고전을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쓴『e시대의 절대사상』안에 그의 <저주의 몫>과 <에로티즘>이란 책이 있다. 푸코, 라캉, 데리다 등 프랑스 68혁명 세대가 이성의 절대적 힘에 의문을 제기한 후 광기에 건 저주의 주문을 푸는 데 일생을 바칠 때, 바타이유는 그들의 필독 대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