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주, 작품
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 / 심보선
태양
오른쪽
레몬 향기
상념 없는 산책
죽은 개 옆에 산 개
노루귀 꽃이 빠진 식물도감
종교 서적의 마지막 문장
느린 화면 속의 죽음
예술가의 박식함
불계(不計)패
변덕쟁이들
회고전들
인용과 각주
어제의 통화 내용
부르주아 대가족
불어의 R 발음
모교의 정문
옛 애인들(가나다 순)
컨설턴트의 고객 개념
칸트의 물(物) 자체
물 자체라는 말 자체
라벤더 향기
아래쪽
토성
[시를 읽고]
偏愛 또는 共感 - 오정자
환멸이란 목적지 보단 '너'라는 지점에서 더 웃는 나
(아무래도 나는 너를 편애하는 거 같다)
목적지에 이끄는 것들
(작용 반작용 중력 등등) 보다는
오히려 그 시작점
출발지점에 더 기울어지는 나
단말마처럼 암호처럼 뉘앙스처럼 네가 숨 쉬다 버린 단어들이
콧방귀로 날린 추상들이
맛이 가버린 말들이
환멸로 이끄는 저것들이
나도 이끌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끌려 다니진 않았다
스타카토의 악보
잽싸게 그린 크로키
딱 보기도 싫은 모교의 정문 같은 곳에서 내가
길게 속내를 내비치면(충동도 일지만)
너는 워-워 하며 나를 한 방에 쓸어 담겠지
"나는 그 '자체'라는 말"
여기서 나와 그(he 또는 that)와 자체 사이에 간극이란 단어만 끼워 넣으면
만사가 OK라는
개념도 밑도 그렇다고 위아래도 없는
불계(不計)패 같은 언어 세상이 싫어 솔직히 나도 그래
말아야 할지 꼬아야 할지 혀만 애매해지는 발음으로
나도 그래서 공감이 가요 하는 직감이란 또
어디서 출발했는지
모르지만
영 모를지도 모르지만
환멸의 반대말을 너에게 주진 않는다 애써
희망… 사랑… 황홀해요 같은 말
환멸幻滅의 입구를
(환環처럼 둥글고 환한 말들을)
너에게 강요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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