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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의 기관실에 합승해 서울을 한 바퀴 돌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짐승의 내장처럼 뚫린 터널, 덮치듯 다가오는 콘크리트 기둥들, 그리고 레일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때로는 지상의 왕릉을 피해 에돌기도 하였습니다. 기관사는 초 단위의 운행 스케줄과 수백 명 승객의 안전을 혼자 감당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하더군요. 그 뒤로 지하철을 타면 선두의 어두운 방에 홀로 앉은 기관사를 상상하고는 합니다. 게으름의 찬양은 뒤집어서 속도에 대한 비판입니다. 이 팸플릿처럼 작은 책은 저자가 1936년 벨기에 자유학술원에 입회하면서 행한 연설을 옮긴 책입니다. 단에 서게 된 자신의 부지런함부터 질타하는 썩 유쾌한 연설이지요. 온갖 소란과 북새통 속에서 간간이 펼쳐서 경청하고는 합니다만 여전히 생생한 말씀입니다. 우리는 이미 멈출 수 없는, 오히려 점점 가속되는 속도의 계몽에 올라앉아 있습니다. 헐떡이며 겨우 매달려 있다는 자각이 들 때가 많지요. 우리들의 부지런함은 우리를 어디로 실어가는 중일까요?
문학집배원 전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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