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박제영<능소화>

미송 2009. 5. 2. 09:54

 

 

/ 박제영

 

  요선동 속초식당 가는 골목길 고택 담장 위로 핀 꽃들, 능소화란다 절세의 미인 소화가 돌아오지 않는 왕을 기다리다가 그예 꽃이 되었단다 천년을 기다리는 것이니 그 속에 독을 품었으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란다 혹여 몰라볼까 꽃핀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니 참으로 독한 꽃이란다 담장 아래 꽃 미라들, 천년 전 장안에 은밀히 돌았던 어떤 염문이려니, 꽃핀 채로 투신하는 저 붉은 몸들, 사랑이란 저리도 치명적인 것인가

 

  내 사랑은 아직 이르지 못했다 順伊도 錦紅이도 순하고 명랑한 남자 만나서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다 아내는 내 먼저 가도 따라 죽진 않을 거란다 끝까지 잘 살 거란다 다행이다 이르지 못한 사랑이라서 참 다행이다

 

 <시와경계> 2009.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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