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먼지들 / 최명희
二月 九日
밤이 깊다. 밤에는 쉬고 싶은 게 아니라 오히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끊임없는 울음으로 사슬을 메고 가는 것 같은 幻覺에 가슴이 저려 온다.
밤은, 밤은 그냥 좋은 것이었다.
삐쩍 마른 自我를 끌고 밤까지 오면 나는 얼마나 피로한 우울에 빠져 들었는가, 그냥 늪에 잠겨 버리고픈 그런.
二月 十七日
人間에게 <말> 이 있다는 건 얼마나 견딜 수 없도록 지겨운 일인가 ―.
말, 말들, 그 수많은 말(言語)들.
귀가 찢어지고, 고막이 터져 귀 먹을 것 같은 그 말 소리들.
입들을 다물라. 입을 다물라.
그 아무 필요성없는 온갖 이야기들에 혹사되는 말, 말, 그 말, 공포로운―. 이제는 쓰일대로 쓰여 져 낡아버린 말들, 헌 걸레쪽처럼 발길에 채이고
… 중략 …
영생대학보 14호 68.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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