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오정자
한 낮에도 너는 거리를 걷는다 한 밤에도 걷는다 꼿꼿이
이어폰이 없이 음악을 들으려는 너는 무선스피커 가게로
들어간다 우리도 서서 음악을 들을까 귀를 막으면 타인의
목소리가 안 들리니까, 스피커로 듣자, 정말 너의 목소리
는 나의 음악이야 귀를 막으면 절대 안 돼 그래 젓가락
장단 가로수 행진 직립의 거수경례에 맞춰 음악을 낳자
그러면 너는 세상 모든 물고기의 아버지
물고기들 능수능란한 11월에만 태어난다 황금빛으로 헤엄치다 천지사방 돌아다닌다 눈알 없는 물고기 꼬리 잘린 물고기
시커먼 물고기들 ‘아버지 왜 내 몸은 이 모양 이 꼴이예요’ 대들기도 해서 아버지가 된 너는 수척해질 때마다 울고 싶을 때
마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너는 옆에 내가 있길 원하지 맞지? 너에겐 우연이 아니었으니 창조적인 身이시여 쓰러지시면 아
니 되오 하며, 그깟 물고기들 항변 때문에 절망絶望을 해선 안 돼 하면서,
너를 새롭게 은유隱喩할 다른 이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평행선 철길 식탁 위 젓가락 길 건너 나무 핑크색 빼빼로니
서서 음악을 듣는 여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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