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가던 날 / 오정자
바람이 분다 벙거지모자를 써야겠다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날
월요일 바람이 불어 정말로 모자를 썼다
쓰다 보니 생각도 들었지 때를 벗기자 는 생각도
너무나 오랜만에 대중목욕탕을 찾았다 생각만
하지 않은 건 잘 한 일
지금도 여기 앉아 그때의 ‘바람이 분다’ 를 생각하니
바람을 표절한 노래들 폴발레리의 바람 공지영의 바람 바람이 부니
당신이 좋다 고 웃던 이병률씨까지 풀려 나온다 연줄처럼 줄줄
줄줄 옆으로 아래로 흐르는 것들 蛇行線 위 오마이갓
곧추세운 손모음들 허공의 향불들 흔들린다 바람이 부니?
벙거지모자를 쓰고 때를 벗기러 목욕탕으로 가면서
기대할 게 없는 당신 피조물에게 ‘죄를 묻지 마세요’ 속삭였지
벗은 몸 미는 곳까지 현혹하지 말기를 부탁했지
누구에게? 신에게… 더 이상 유니크 하지 맙시다! 하하-하
바람이 불던 월요일은 학교 종이 땡땡-땡 수업을 모두
마친 날 모자를 쓰고 聖地같은 湯속으로 들어갔을 뿐
바람이 분다 어쩌고 바람이 부니 저쩌고
하는 社說같은 罪일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