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란 문학실

[시] 착각하는 소리일 뿐

미송 2013. 5. 8. 07:40

     

     

    착각하는 소리일 뿐 / 오정자 

     

    우리의 잘못은 문명이 낳은 언어로 닿으려던 것
    기다리는 미래도
    끌어올 수 없는 과거도 없었다 애당초

    의탁한 바 없으면 오늘도 없는 것

    시간의 다른 인사는 관념일 뿐
    허망한 척, 허망한 척,

    척을 한다

     

    안녕 잘 가요 안녕 잘 가요 그
    나머지는 말할 수 없는 말들일 뿐
    내일을 여는 동시 내일에 닿을 수 없는
    어제로 갈 수 없는 오늘은 변화일 뿐

    새로운 언어로도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것이 진실이라서  
    빙산 아래 겹쳐진 웃음들만 수억 년 인연으로 남는다는 것,
    사랑에 관한 나의 해석이다

    겨우내 눈 속에 갇혀 구멍만 파다 돌아온
    그해 겨울도 그랬다 

     

    바다에 낯을 씻은 태양 
    새날의 태양은 매일의 태양 
    먼지의 춤사위 진동들 순간을 스치는 현상일 뿐  
    눈 감아야 겨우 들을 수 있는 눈 내리는 소리

    시간의 오해는 언어를 만들면서 시작된 자기 해석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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