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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웰 맥콤스 <아젠다 세팅>

미송 2014. 9. 24. 22:22

 

 

 

우리 머릿속의 세상 풍경

 

월터 리프먼은 아젠다 세팅이라고 부르는 개념을 창시한 인물이다. 그의 명저 <여론>의 첫 장은 바깥 세상과 우리 머릿속의 세상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다. 그의 논점은 이렇다.

 

언론이란 우리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범위 너머에 있는 방대한 세상을 보여주는 창()으로, 그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결정한다.” 또한 그는 여론이란 주변 환경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언론이 구축한 유사 환경에 대한 반응이라고 말한다.

 

1920년 초판 출간 이후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계속 인쇄되고 있는 그의 책 <여론>에는 논지를 뒷받침하는 흥미진진한 사례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예컨대 리프먼은 달마시안(Dalmatian) 연안에 군대가 침입했다는 신문 보도를 미 상원에서 논의해 결국 사실적 위기로 만든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1914, 몇 명의 영국인과 프랑스인과 독일인이 살았던 대양의 어느 섬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1차 대전이 일어나고 6주 후 우편배달 증기선이 도착하고 나서야 서로 친구가 아닌 적이었음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다. 리프먼은 이 일화가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를 시대에 맞게 각색했음을 밝히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얼마나 간접적인가. 그런데 우리가 진짜라고 믿고 있는 풍경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진짜인 것처럼 다룬다.”

 

22~23

    

 

미국에서 신문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신문은 대중이 논의할 아젠다를 설정한다. 그리고 이 권력은 어떤 법에도 구속되지 않는다. 신문은 사람들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에 대해 생각해야 할지를 결정한다. 다른 나라에서라면 독재자나 성직자, 정당, 당수의 몫으로 예약된 권력이다. 미국에서는 신문이 대중의 생각을 정리하기 전까지 그 어떤 사회적 개혁도, 의회의 주요 법령도, 대외 사업도, 외교 행위도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신문이 대중의 화젯거리가 되어 저돌적으로 확산할 대단한 이슈를 이끌어내면 그 다음은 이슈가 알아서 움직인다. 환경운동의 원인, 시민권 원인, 베트남 전쟁 청산이 그랬고,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의 절정이다. 이 모두는 애초에 신문에 의해 아젠다로 설정된 것들이었다.   ; 시어도어, <대통령 만들기>

 

29

    

 

현실 세계와 주입된 세계

 

일부 언론은 대중에 미치는 아젠다 세팅 영향력을 부인한다. 그들은 당당하게도 우리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에 관한 뉴스를 객관적으로 보도할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곁들여 또 일부 아젠다 세팅 이론 비평가들은 대중이나 언론이나 그저 주변 환경에 반응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윌터 리프먼은 “바깥 세계와 우리 머릿속의 세상 풍경을 잇는 교량으로서 언론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유사 환경 개념을 도입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세상의 풍경은 예외 없이 현실과 비교해 불완전하며 대부분 부정확하다. 우리의 행동이란 이러한 유사 환경에 대한 반응이지, 실제 환경에 대한 것은 아니다.”

 

수십 년에 걸친 사회과학적 연구를 통해 축적된 언론의 아젠다 세팅 역할에 관한 증거는 리프먼의 구분, 즉 실제 환경과 유사 환경의 구별이 중요함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는 뉴스가 순수한 가공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언론이란 확인 가능한 관찰에 기반을 둔 경험적 활동이다. 근래 미국과 유럽 언론계에서 터진 유명한 스캔들은 이 직업윤리를 준수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날의 사건과 상황이 뉴스를 다루는 기관들의 직업적 렌즈를 통과하면서 굴절된 경우 그 결과물은 유사 환경, 다시 말해 현실의 체계적인 평가와는 거리가 멀고 단순히 무늬만 같은 무엇이다.

 

언론의 주목, 소위 특종을 보도하고자 경쟁하는 사건과 상황은 아주 많다. 그런데 그 모든 사건에 대해 정보를 수집할 여력도, 대중에게 모두 알려줄 능력도 없기 때문에 언론은 전통적인 업계 규범에 의존해 그날의 환경 표본을 채취하게 된다. 그 결과 언론은 실제 환경에 비해 매우 제한적인 풍경을 제시하게 된다. 현대식 건물의 협소한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바깥세상만큼이나 제한적이다. 공교롭게도 창문의 유리가 불투명하고 표면이 고르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50~51

 

 

아젠다 세팅 agenda setting  의제 설정(議題設定), 있는 그대로가 아닌 이해관계에 따른 의도된 이슈를 부각시키는 행위,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숨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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