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의 영상

자작나무의 독백

미송 2013. 12. 19. 21:54

 


자작나무의 독백 / 오정자
자작나무 옆
아침이슬에 젖은 메밀 밭이 
밤새 별이 빚어 놓은 술 
그 후끈한 냄새를 맡는데 
자작나무는 하릴 없이 누워서  
바람 냄새를 맡고 싶었나 봅니다  
그럴 때가 있어요 
차가운 땅에 등대고 누워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직립의 일상이 너무 나른한 아침이었습니다 
나 졸도하듯 쓰러져 누워 하늘을 보면   
혼잣말처럼 자꾸 중얼거리고 싶었습니다
축축한 풀잎이 베개인 듯 
자작나무처럼 눕고 있어요 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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