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태의 원인은 해일도, 지진도, 화산폭발도 아니다. 세월호 사태는 천재지변이 아니라는 말이다. 세월호 사태는 인재(人災)들의 누적이고 중첩이다. 세월호 사태에 자연은 개입하지 않았고, 간섭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태가 도무지 납득되지 않고, 용서될 수 없는 건 그 때문이다. 자연의 난폭함이나 변덕스러움에 의한 불가항력이 아니고 오로지 변변찮은 사람과 메뉴얼로만 존재한 시스템이 합작한 세월호 사태의 결과는 가장 참혹한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고는 늘 일어나며, 어떤 사고도 가능하다. 선장 등이 판단을 그르쳤고, 대응도 부적절했으며, 그 중 일부는 직업윤리를 내던진 채 무책임했다는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 해경 등을 위시한 정부 부처 가운데 단 한 곳도 결정적인 시간들-배가 전도되기 시작한 직후부터 침몰하기 전까지의 기간의 중대함과 위급함을 인식한 흔적은 없다. 수학여행 가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던 세월호의 탑승객들은 1차적으로 선장 등을 필두로 한 승무원들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도움을 받지 못했고, 2차적으로 해경 등을 위시한 국가로부터 적절한 타이밍에 적정한 수단에 의한 구난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지금도 세월호 안에 갇혀있다.
세월호 탑승객들의 구조에 결정적인 시기를 허망하게 놓쳐버린 정부는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에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통도, 체계도, 규율도, 효율도 정부의 구조활동에는 부재하다. 나는 바다를 전혀 모르지만, 바다가 육지와는 전혀 다른 물리적, 생물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쯤은 안다. 바다가 육지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은 세월호가 가라앉은 이후의 구조활동의 내용과 형식을 규정짓는 지배적 요인이다. 다른 말로 하면 구조활동의 수단과 방법이 매우 제한적일 거라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가 당장 해야 할일은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현실이 어떤지를 솔직히 털어놓고 사용가능한 옵션이 무언지, 다른 것은 왜 안되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정부는 그것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 자리를 정치적 퍼포먼스와 끝도 없는 기만이 대신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가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세월호가 난파당한 바다에는 정부의 무능과 나태와 무책임이, 해운사의 탐욕이, 직업윤리를 유기한 선장 등 일부 승무원들의 윤리의식 부재가, 진실의 반대편에 선 비대언론들의 추악한 민낯이, 보신에만 골몰하는 듯한 공무원들의 추레함이, 지방선거에 미칠 이해득실을 재는 정치인들의 악마적 영악함이, 물신숭배와 인명경시에 경도된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추악한 멘탈리티가 넘실거리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라고 만든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세월호가 난파당한 바다는 지옥의 다른 이름이었다.
2014년 04월 19일 10시 19분,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이태경
출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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