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설치된 임시 시신안치소의 현장을 담은 CNN의 리포트다.
카메라는 울부짖는 부모들의 모습을 선정적으로 잡아내지 않는다. 리포터는 격앙된 목소리로 비극을 부르짖지도 않는다. 대신 카메라는 현장을 지키며 눈물을 감추려 노력하는 경찰들의 얼굴과, 시신을 운구하는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부모의 흐느낌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리포터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현장의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할 따름이다.
부모의 눈물 젖은 호소가 들려오는 순간, 리포터는 말한다. "누구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목소리에는 면역이 되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텐트를 떠납니다. (중략) 또 누군가의 아이가 텐트로 실려들어옵니다. 13명의 아이가 돌아왔습니다. 200여 명은 아직 실종 상태입니다."
이 CNN 리포트 영상은 지금 한국의 방송사들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가장 선정적인 장면만을 격앙된 리포터의 목소리와 함께 내보내는 한국 방송사들의 중계와, 그중 가장 비극적인 부분만을 슬픈 음악을 덧붙여 내보내는 '인간극장'식 특집 프로그램, 그 사이의 어딘가에서 CNN의 영상은 '진짜'가 무언지를 조용히 증명한다.
보고, 배우라.
2014년 04월 24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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