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과 산문

길상호<도마에 오르다>

미송 2009. 6. 16. 22:33

도마에 오르다

 

                 길상호


꿈속에서도 서류 뒤적이다

종이 날에 손가락 베이곤 하는 
당신의 아늑한 침대,

상부에 제출한 결재서류는

오늘도 어김없이 난도질

이 갈다 이 빠진 칼이 되어

잠드는 침대, 밤마다

푸른 피 붉은 피 배어들어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살생이 즐거워지는,

당신이 옆에 누운 당신을

토막 내고 회를 떠도

전혀 느낄 수 없는 흔들림,

당신의 곤한 칼잠을 위해

특별히 주문한 침대

'운문과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맥스 슐만<사랑은 오류>  (0) 2009.06.21
백석<마포>  (0) 2009.06.16
이상<조춘점묘>  (0) 2009.06.16
백석<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0) 2009.06.12
성기완<블랙홀 언젠가 터질 울음처럼>  (0) 2009.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