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이장욱,「소규모 인생 계획」

미송 2014. 6. 13. 00:30

 

 

이장욱, 「소규모 인생 계획」을 배달하며

날마다 산책을 나가지요. 산책은 소규모의 인생을 꾸리는 자에겐 다른 무엇에 양보할 수 없는 오후 두세 시 경에 이루어지는 보람이고 기쁨이죠. 뭐, 그렇다고 산책이 본질로의 회귀라거나 비상한 신체를 만들기 위한 대단한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산책이란 햇빛과 맑은 날의 고요, 새로 피어난 어린 은행나무 잎사귀들과 유순한 그늘들을 만나고, 산책의 동선(動線)에 있는 '커피산책자 소요'에 들러 밀크 티 한 잔을 마시는 조촐한 쾌락이죠. 수단들은 진보했으나 목표는 진보하지 않은 이 세상에서 소규모의 인생계획에 몰두하는 자는 정직한 사람이겠죠. 이미 위대해진 자들을 헐뜯는 것은 소박한 삶을 꾸리는 이들의 기쁨이겠죠. 가진 것들을 줄이고 채운 것들 비우며 삶을 보다 간소하게 만들려는 까닭은 미래가 불확실한 까닭이죠. '소규모'에 위배되는 위대한 것은 사양해요. '단순'을 밥 삼고 '소박'을 아내 삼아 살아가려고 합니다. 약동하는 세상에서 한 걸음 떨어진 채, 더 간소하게, 간소하게!  <문학집배원 장석주>

 

시인과 같은 이들이 어금니를 깨물며 역설하더라도 세상은 억설이 지배하는 듯 흐르고 있다. 현깃증을 느낀다. 모든 사건들을 하나의 프리즘으로 보는 이들은 그러나 의외로 또 복잡하다. 위대해진 자들은 그들이 가진 신조차도 유일해서 다른 것은 언제나 틀린 것이라고 억설한다. 이쯤이면 헐뜯는 일조차 무의미해진다. 될대로 되라는 건 물론 아니다. 역설로서만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들에겐 위대해진 자들이 누리지 못하는 재산이 있다. 단순 소박 간소라는 재산. 그들이 결코 맛 볼 수 없는 것들이란 아이러니하게도 소규모 인생 안에만 있는 것들이다. 역설이 즐거운 우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