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뇌 먹는 아메바
제 머리
제 머리를 끊어 구르는 두개골로 축구를 하며
나는 이제 죽음에서 해방되었노라 고 외치면서
머리없이 광장을 가로지르는 광인을 상상해보셨는지
13-1
머리 없는 광인 하나가
제 두개골을 옆구리에 끼고 광장을 가로지를 때
머리 없는 광인 둘은
두개골을 가슴에 안고 벤치에서 노래를 하고
머리 없는 광인 셋이
두개골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할 때
머리 없는 광인 넷은 서로 두개골이 바뀌었다고
멱살을 잡고 싸운다네
13-2
광장이 불길한 이유;
광장에는 다양한 유령들이 아니라
획일화된 유령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소리로 울부짖는다
최승호의「아메바」中
킥킥 웃어야 할지 벌벌 떨어야 할지 난감하다. 최승호시인만큼 시니컬하게 말하는 이도 드물다 하며 그를 읽은 적 있다. 저 정도면 자신부터 생채기가 많았겠다 하며 연민한 적 있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똑같다. 장난으로 저 오빠들이 저러겠지 하며 킥 웃다가도 문득 저 오빠 맛이 가는 중이신가 하는 의심의 도정에 놓여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요즘 들어 좀 이상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도 종종 나타난다. 세상이 하 수상해 그럴테지 하며 끝내 웃는다. 무뇌아니 말미잘이니 하는 말은 좀처럼 내뱉지 않는 나. 그러나 최승호시인은 쓰디쓴 소리만 골라서 했다. 왜 그랬을까. 왜; 저 말이 전부 사실이니까. 나는 동의한다. 용기있게 사실을 사실이라고 외치는 자의 소리를 듣는 나는, 그를 절대 까칠남이라 부르지 않는다. 왜; 말로서는 해결 역부족인 현실이 몽땅 우리 것이니까. <오>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신용 <토마토> (0) | 2014.06.18 |
---|---|
홍윤숙 <노을 묻는 산수유 잎새 바람에 지듯> (0) | 2014.06.15 |
이장욱,「소규모 인생 계획」 (0) | 2014.06.13 |
이승훈 <이것은 시가 아니다> (0) | 2014.06.09 |
팔리 모왓, 「잊혀진 미래」 중에서 (0) | 2014.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