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미송 2014. 6. 20. 07:58

 

 

 

 

39년을 살다간 쇼팽의 음악적 생애는 피아노에서 시작해서 피아노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협주곡은 모두 두 곡을 남겼습니다. 오늘 듣는 <1번 e단조 op.11>는 스무 살이던 1830년에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2번 f단조 op.21>은 그보다 1년쯤 전에 작곡했지요. 말하자면 <1번 e단조>를 더 나중에 썼습니다. 하지만 출판을 먼저 했기 때문에 ‘1번 협주곡’으로 자리했습니다.

이 곡은 쇼팽이 조국 폴란드를 떠나면서 가졌던 ‘고별 연주회’에서 초연한 음악이었습니다. 1830년 10월 11일 바르샤바 국립극장, 피아니스트는 물론 쇼팽 본인이었지요. 이 곡에 대한 쇼팽 스스로의 언급은 친구인 보이체호프스키에게 보낸 편지에서 확인됩니다. 쇼팽은 1830년 5월 15일의 편지에서 이 곡의 2악장에 대해 이렇게 기술합니다. “이 새로운 협주곡의 아다지오는 E장조라네. 여기서 나는 강렬한 힘을 추구하지 않았어. 로맨틱하고 평화로운 기분에 젖어 약간의 우울함을 느끼면서, 많은 추억들을 되살리는 장소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담아내려고 했지. 아름다운 봄의 달빛이 어린 밤처럼 말이야.”

그의 말처럼 이 곡은 강렬하지 않습니다. 약간의 우울함, 추억의 장소에 대한 회상, 달빛이 고즈넉한 아름다운 봄밤의 정취…. 말하자면 고향을 떠나 더 넓은 세계로 나가기로 마음을 굳힌 쇼팽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울러 우리는 이 곡을 작곡하던 시기에 쇼팽이 갓 스무 살의 청년이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시의 쇼팽은 음악적으로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협주곡 1번과 2번은 오케스트레이션 부분에서 음악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또 스무 살 청년들이 흔히 그렇듯이 감상주의의 편린을 음악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적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쇼팽이 남긴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은 듣는 이의 마음을 툭툭 건드립니다. 쇼팽 이전의 음악사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피아노의 독특한 뉘앙스, 음을 밀고 당기면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미, 아울러 듣는 이의 가슴 속으로 곧바로 스며들어오는 직접적인 낭만성 같은 것들이야말로 쇼팽 음악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정서적 매력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이 곡은 고향을 떠나는 스무 살 청년의 마음을 담아내면서, 이후의 쇼팽이 죽는 날까지 앓아야 했던 ‘향수병’을 미리부터 예감케 합니다. 1831년 9월 파리에 당도한 쇼팽은 폴란드 억양이 짙은 프랑스어로 말하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노상 그리워했던 고향에는 죽는 날까지 결국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쇼팽의 많은 음악이 그렇듯이,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는 아무런 설명 없이 들어도 가슴으로 잔잔하게 밀려들어옵니다.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 [출처: 위키피디아]


출처 경향신문 내 인생의 클래식 글, 문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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